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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 #4. 격렬한 똥소유권 쟁탈전 2017.12.14

 




검증된 보고에 따르면 0.5리터 똥 샘플을 노출한지 15분 만에 거의 4,000마리의 똥딱정벌레가 모였다. 초당 약 4.5마리 가까이가 온 것이다. 때맞춰 진행했던 연구에 따르면, 30리터(커다란 주방용 쓰레기통을 생각해보자)짜리 코끼리 똥 무더기가 사라지고 딱정벌레들이 우글대는, 넓고 출렁이는 층만 남기까지는 채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이 곤충들은 얇은 섬유껍질을 뒤집어쓰고서, 배구공 크기의 똥을 지름 2미터, 두께 2~3센티미터짜리 원형 깔개로 만들어버렸다. 어떤 곳에서는 16,000마리의 똥딱정벌레가 코끼리 똥 1.5킬로그램을 가져가는 데 2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똥딱정벌레에 대한 문헌에는 이런 놀라운 수치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똥딱정벌레는 열정적인, 정말로 무척 열정적인 곤충이다.






이런 관찰결과는 열대 대초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월트셔의 랭클리 숲에 덫을 놓고 진행했던 실험에서, 마이클 다비는 적잖이 놀랐다. 딱정벌레 표본수집 병을 비울 때마다 금풍뎅이과의 똥금풍뎅이가 잔뜩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금풍뎅이는 북유럽에 서식하는 거대한 똥딱정벌레인데, 널리 분포하고 있긴 하지만 대개 소똥이나 말똥 한 덩어리 당 한두 마리 정도밖에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이 작은 함정에서 동시에 수백 마리의 똥금풍뎅이를 발견했고, 2006년 8월부터 2007년 7월까지 그가 발견한 표본의 수는 20,000개가 넘었다.






 






여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도 1974년의 어느 더운 8월에 서식스의 사우스다운스 구릉 지대에서 밖으로 나온지 하루나 이틀정도 지난 소똥이 들썩이는 모습을 보았다. 똥은 겉은 얇게 말랐지만 내부는 반쯤 액체 상태로 엉겨있었는데, 그 안에서는 똥딱정벌레의 일종이자 작고 얼룩덜룩한 얼룩똥풍뎅이 수백 마리가 서로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코끼리의 장이 한 번에 쏟아낸 배설물은 땅 위로 수북이 쌓이는데, 그 무게가 10~20킬로그램이나 된다. 심지어 가장 큰 똥딱정벌레(무게가 20그램 정도이다)와 비교해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이다. 그러나 무한정으로 많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것을 사용하길 원하는 곤충들은 재빠르게 행동해야 한다. 지각생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너무 늦었다는 깨달음뿐이다. 여기에 존재하는 생태계의 중요한 규칙은 빨리 도착하면 많이 먹는다는 것이 아니다(사실 똥딱정벌레가 먹는 양은 매우 적다). 배설물을 충분하게 많이 확보해야 자손이 알에서 깨어 어른이 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딱정벌레들이 도착해서 짝짓기를 하고 알을 닥치는 대로 낳기만 한다면 유충이 자라서 번데기가 되고 성체로 변태하기 전에 똥이 다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코끼리 똥이 엄청나게 크다고 해도, 식욕이 왕성한 유충들이 남아있는 똥을 다 먹어치우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모든 유충이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이것은 그다지 성공적인 진화 전략이 아니다. 때문에 똥을 먹는 곤충들은 똥을 나눠 갖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진화시켰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더 자세하게 살펴볼 예정이다. 중요한 점은 실제로 곤충들이 자기 몫의 똥을 재빠르게 챙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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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
모두가 쉬쉬한 똥 이야기
평범한 일상을 호기심 가득하게 만드는 “사소한 이야기” 시리즈, 그 여섯 번째 책!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사물에 얽힌 이야기를 다루는 “사소한 이야기”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이 나왔다. 술의 과학 『프루프』, 냉장의 물리학 『냉장고의 탄생』, 재료의 신비함 『사소한 것들의 과학』, 바퀴의 역사 『바퀴, 세계를 굴리다』, 체모와 알의 생물학 『헤어』, 『가장 완벽한 시작』을 지나 이번에는 “똥”과 그를 둘러싼 생태계에 얽힌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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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존스
'곤충 사나이'라는 별명의 남자.
리처드 존스는 영국의 저명한 곤충학자로, 왕립 곤충학 협회 및 런던 린네 학회의 회원이며, 영국 곤충학 및 자연사 학회의 전임 회장이다. 그는 10살에 처음 똥딱정벌레를 만난 후로 지금까지 40년 이상을 똥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고 있다. 현재는 BBC를 비롯한 다양… more
소슬기
서강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졸업 후 우연히 경제 분야 보고서를 번역한 일을 계기로 전문 번역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특히 관심 있는 분야는 물리, 수학, 경제이지만 그 외에도 과학 전반을 비롯한 인문사회분야에 관심이 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번…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