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아카이브

지식 전달자, 엠아이디 출판사의 컨텐츠 아카이브

버려진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 #5. 곤충을 유혹하는 똥 2017.12.14

 



똥딱정벌레가 (문자 그대로이든 비유적으로든) 싸워야 할 대상은 서로 뿐이 아니다. 똥딱정벌레들은 날씨와 싸워야 하고, 무엇보다도 열기와 싸워야 한다. 곤충은 심지어 아무리 크고 튼튼한 딱정벌레라도 똥이 촉촉할 때만 그 안으로 파고 들어가서 본을 뜨고 모양을 내고 가지고 나와서 먹을 수 있다. 똥이 마르기 시작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곤죽이던 섬유 혼합물이 굳으면서 뚫고 들어갈 수 없는 덩어리가 되고 질감도 콘크리트 같아진다. 아니면 버슬버슬하고 부서지기 쉽게 변해서 먼지처럼 산산이 조각나고 섬유소도 사라질 것이다. 






 






똥이 마르면 똥에 사는 주민들을 유혹하던 숨길수 없는 휘발성 물질도 마른다. 마른 똥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은데 매력적인 화학물질의 냄새를 뿜어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새로운 똥을 향해 앞다투어 몰려가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신선함은 무척 중요하다. 대체로 똥의 질감이 얼마나 거친지, 그리고 섬유질의 구성비가 정확히 어떤지는 동물이 속을 비우기 전에 무엇을 먹었는지에 달려있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똥의 수분과 수분 속에 들어있는 미소입자이다. 분명 신선한 똥에 도착하는 것은 성체가 된 곤충이다. 똥딱정벌레는 씹을 수 있는 구기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섬유입자를 오랫동안 으깨고 갈고 물어뜯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똥딱정벌레는 맛 좋은 똥 즙을 조금씩 마시는 데 집중한다.






깔끔하게 진행했던 일련의 실험에서는 크기가 다른 유리 또는 라텍스 구슬을 다양하고 정확하게 제작하여 이용했는데, 심지어 가장 큰 성체 똥딱정벌레조차 오직 가장 작은 입자(지름 8~50㎛)만 섭취할 수 있었다. 똥딱정벌레들은 오직 똥 수프만 먹는다. 똥 수프에는 영양분이 무척 많고, 이미 반쯤 소화되어 발효 중인 물질이 들어있으며, 유기화합물이 자유롭게 떠다니고, 영양이 가득한 박테리아가 수없이 많다. 녀석들은 도착하자마자 똥 수프를 덥석 마시기 시작하는데, 내가 똥 수프를 두고 다소 경박한 요리처럼 장난스럽게 이야기 하긴 했지만, 새로 우화한 암컷 딱정벌레에게는 이 영양가 높은 음식이 꼭 필요하다. 






 






유충시절을 지나, 번데기 속에서 변태과정을 거치고, 유성생식을 하는 온전한 곤충으로 우화하는 과정은 정신없이 지나간다. 그동안 암컷이 얼마나 크게 자랄지는 수컷과 마찬가지로 유충 시절에 섭취한 영양분에 달려있다. 수컷이 가지고 있는 뿔은 크기와 모양이 변하지 않는 최종 결과물이지만 암컷은 직접 음식을 섭취하면서 난소로 가는 영양분을 늘릴수 있다. 짝짓기를 하거나 둥지를 짓거나 알을 낳기 전에 꼭 해야하는 중요한 일은 신선한 똥에서 알이 성숙하는 데 필요한 먹이를 먹는 것이다. 알을 낳고 난 후에도 암컷은 조금 더 먹이를 먹을 것인데, 새로운 알들을 성숙시켜서, 며칠 또는 몇 주 후에 다음 똥으로 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똥이 마르면서 마른 섬유질 덩어리에서 수프를 찾기가 어려워지면, 똥딱정벌레는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딱정벌레들은 포기하고 새로운 똥을 찾아 나선다.






파리는 턱이 아예 없다. 파리의 구기는 오로지 무언가를 빨아들이는 용도이며, 따라서 파리 역시 똥 정찬의 수프 부분만을 찾아다닌다. 소란스레 허둥대는 파리들이 빽빽하게 장막을 드리우고 있어서 보이지도 않았던 똥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는 데에는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겉면이 마르면서 딱딱한 껍질처럼 변하는 즉시 성체 파리는 더 이상 액체 형태로 영양분을 얻지 못한다. 때로는 늦게 온 녀석이 껍데기에 생긴 틈을 발견하거나, 딱정벌레가 뚫어놓은 굴의 입구 쪽을 탐험하고 다닐 수도 있지만, 대체로 이제 똥을 섭취하는 것은 그 안에 있는 파리의 구더기들이다. 





대중들의 상상과는 다르게 축축한 똥은 나비도 유혹한다. 파리와 마찬가지로 나비도 성체가 되면 액체를 마시기만 하는데, 나선형으로 꼬인 관 모양의 입은 꽃의 꿀샘을 찌르는 것에 더 익숙하긴 하지만, 많은 종들이 말똥과 소똥과 개똥을 섭취했던 기록이 있다. 나비는 더운 날, 신선한 똥이 가장 향긋할 때, 그리고 어쩌면 음료가 가장 필요할 때 똥을 찾아오는 경향이 있다. 나는 초크힐 파랑나비와 작은 들신선나비와 네발나비가 신선한 개똥을 먹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나는 나비들이 일부러 똥을 찾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예쁘게 날개를 퍼덕이는 곤충이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 있는 것을 보는 느낌은 늘 새롭다. 영국에서는 번개오색나비가 다른 어떤 먹이보다 똥을 먹는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는데, 이 나비가 꽃을 전혀 방문하지 않기 때문이다. 번개오색나비는 성체가 되면 꿀을 먹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동물의 똥, 썩어가는 고기, 발효 중인 나무 수액, 썩은 과일과 진흙웅덩이에서 얻은 액체들만 먹으며 근근이 살아간다.





열대지역에서는 보통 여러 종이 뒤섞인 빽빽한 나비 떼가 개울가나 연못가의 축축한 진흙에 자리를 잡는다. 소나 양이 물을 마시는 곳이기도 하고, 동물들의 똥과 오줌이 자유롭게 후두둑 떨어졌던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동물들의 이런 행동으로 진흙탕이 생기면, 곤충들은 여기에서 무기염, 나트륨과 암모늄이온, 아미노산, 단순탄수화물 등의 필수 영양소를 얻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어색하게 똥을 먹는 순간 중 하나는 이집트대머리독수리가 연출하는데, 유럽 남부, 아프리카, 아라비아, 남아시아에서도 이 독수리의 아종이 출연한다. 스페인에서 이 독수리를 부르는 “추레떼로” 또는 “모니구에로”라는 이름의 뜻은 ‘똥-포식자’인데, 이 독수리가 똥을 먹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기 때문이다. 보통 고기를 먹는 새는 소와 양과 염소의 똥에서 단백질(똥 속 함유량 <5%)과 지방(<0.5%)을 섭취하지 않으며, 어쨌든 섬유소도 이 새들의 소화계에는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이 새들이 찾는 것은 카로티노이드 이다. 노란색 천연 색소인 카로티노이드는 새들이 직접 생합성 할 수 없는 식물과 박테리아에서 주로 생성되며 새들은 알이나 몇몇 곤충에서 이 색소를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독수리가 먹이를 찾으러 다니는 곳에서 알과 이런 곤충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똥은 아무 때나 이용할 수 있고 새에게 필요한 카로티노이드를 함유하고 있다. 깃털과는 상관없이 부리와 얼굴이 밝은 노란색인 독수리에게는 이 색소가 무척 중요한데, 독수리의 우월한 지위를 나타내주고, 짝짓기 때도 뽐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살짝 간접적인 경우이긴 했지만, 다시 말해 여러분은 여러분이 먹는 것이다.





*:*




관련도서

버려진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
모두가 쉬쉬한 똥 이야기
평범한 일상을 호기심 가득하게 만드는 “사소한 이야기” 시리즈, 그 여섯 번째 책!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사물에 얽힌 이야기를 다루는 “사소한 이야기”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이 나왔다. 술의 과학 『프루프』, 냉장의 물리학 『냉장고의 탄생』, 재료의 신비함 『사소한 것들의 과학』, 바퀴의 역사 『바퀴, 세계를 굴리다』, 체모와 알의 생물학 『헤어』, 『가장 완벽한 시작』을 지나 이번에는 “똥”과 그를 둘러싼 생태계에 얽힌 이야기를 담았다.

관련인물

리처드 존스
'곤충 사나이'라는 별명의 남자.
리처드 존스는 영국의 저명한 곤충학자로, 왕립 곤충학 협회 및 런던 린네 학회의 회원이며, 영국 곤충학 및 자연사 학회의 전임 회장이다. 그는 10살에 처음 똥딱정벌레를 만난 후로 지금까지 40년 이상을 똥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고 있다. 현재는 BBC를 비롯한 다양… more
소슬기
서강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졸업 후 우연히 경제 분야 보고서를 번역한 일을 계기로 전문 번역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특히 관심 있는 분야는 물리, 수학, 경제이지만 그 외에도 과학 전반을 비롯한 인문사회분야에 관심이 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번…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