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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 #6. 흔치 않은 똥 사용법 2017.12.14

 



대부분의 동물이 똥에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똥을 식량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이며, 책의 나머지 부분에서는 이 주제를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다. 그러나 똥을 먹는 일에만 온전히 관심을 집중하기 전에, 몇몇 동물들이 똥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고 한다. 이 방법들은 어쩌다가 똥을 사용하게 된 경우가 아니며, 그저 아직 주류로 합류하지 못한 방법들일 뿐이다. 똥은 좋은 미끼이다. 다양한 종의 말벌은 주기적으로 신선한 똥에 출몰하는데, 대변의 수분을 직접 사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똥에 이끌려오는 다른 곤충들을 노려서 먹잇감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나나니벌은 신선한 말똥 꼭대기에 앉아 있다가 말똥으로 유인당해 오는 수많은 똥파리들을 덮칠 것이다. 오소리가 똥을 싼곳 주변에서 사냥을 하는 나나니벌의 영상을 인터넷에서 볼 수 있다. 모든 말벌과 마찬가지로, 나나니벌도 포식자로서 사냥한 곤충들의 잔해를 둥지에 쌓아두고 유충에게 먹인다. 굴을 파서 만든둥지(똥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에는 아마 6개의 방이 있고, 방마다 4~13마리의 파리가 쌓여있을 것이다. 많은 포식자들이 그렇지만,한번 공격에 성공하고 그 승리로부터 교훈을 얻은 말벌은 먹이를 모으기 위해 같은 장소로 계속해서 돌아가는데, 하루 종일 계속해서 같은 똥을 찾아갈 것이다. 






나는 언젠가 햄스테드 히스에서 군거말벌(땅벌)이 냄새가 고약하고 신선한 개똥에 찾아오는 똥딱정벌레를 사냥하려고 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거기에 있던 몇 마리의 말벌은 바쁘게 날아오는 작고 얼룩덜룩한 얼룩똥풍뎅이를 낚아채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노리는 사냥감을 공중에서 만났지만, 말벌은 사냥감을 치명적으로 물 정도로 빠르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날아오던 딱정벌레들이 날개를 접고, 단단한 껍질로 된 날개 뚜껑을 닫고, 잔디로 내려와서, 발로 걸으며 남은 임무를 이어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던 6 또는 8마리의 말벌은 분명 약간의 성공을 거두기도 했는데, 희생물은 아마 마찬가지로 똥에 이끌려온 금파리였을 것이다.






 






말벌파리매는 목표를 놓치는 법이 거의 없다. 이 커다랗고 잘생기고 갈색과 노란색 얼룩무늬가 있는 곤충은 유럽에서 가장 큰 파리 중 하나로, 무시무시한 적이다. 말벌파리매는 거대하고 창처럼 날카로운 구기를 이용해서 날아가는 금풍뎅이 종류를 떨어트릴 수 있다. 이 파리매의 사냥감 중에는 똥딱정벌레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파리매가 마르는 중인 소똥에서 공격을 감행하길 좋아하기 때문이다. 내가 알기로 파리매 종이 똥에 알을 낳는 모습은 관측된 적은 없지만, 파리매는 방목용 목초지와 강한 인연이 있다. 이 포식자의 유충은 소똥 주변의 흙에 살면서 똥딱정벌레의 유충이나 똥파리의 구더기 따위를 먹기 때문이다.





딱정벌레 중에도 포식자가 몇 종류 있지만, 녀석들은 똥을 유인용 미끼로 사용하면서 먹잇감이 날아오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똥속 공동체의 일원으로 더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살펴볼 예정이다. 놀라울 것도 없이 자연에서도 똥을 집짓기용 재료로 사용하는 사례를 찾을 수 있다. 검정 종달새와 몇몇 댕기물떼새에게는 이상한 습성이 있는데, 녀석들은 카자스흐탄과 러시아의 풀이 무성한 스텝지대에서 둥지를 짓고 그 주변에 마른 말똥이나 소똥을 빽빽하게 깔아놓는다. 이 ‘장식’은 조류학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논란을 낳았다. 땅에 적당한 접시모양 그릇을 만들고 알을 담기 위해서 쓸 만한 재료를 닥치는 대로 사용했을 뿐이라기엔 무언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는 듯 했다. 





새들은 똥을 찾아 나섰고, 정해진 방법에 따라서 둥지 주변으로 빽빽하게 마당 바닥을 깔았다. 특히 검은 종달새의 경우 둥지 가장자리를 에워싼 똥 조각들은 북동쪽을 향해 밀도 높게 정렬하고 있었는데, 추측하기로는 이 배열 뒤에 기후나 날씨 관련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제안에 따르면 마른 똥 조각이 낮 동안 태양열을 흡수했다가 밤 동안 동북쪽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완화시킨다고 한다. 일종의 새를 위한 심야보일러인 셈이다. 다른 곳에서도 새둥지에 똥을 섞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찌르레기와 지빠귀와 울새는 잔가지와 풀로 만든 그릇 안쪽에 종종 마르고 부드러운 식물섬유를 덧대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나 매력적으로 똥을 건축에 사용한 사례는 다양한 잎벌레의 유충이 보여주는데, 이 애벌레들은 자기 똥을 이용해서 모습을 숨긴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남생이잎벌레이다. 이 곤충의 성체는 매끄러운 반구형 몸체 가장자리에 테두리를 두르고 있는데, 그 모습이 매우 남생이를 닮았다. 또 공격을 받았을 때 단단한 가슴 껍질과 날개뚜껑 아래로 몸을 움츠려서 다리와 날개를 숨길 수 있다. 하지만 기묘하게 가시가 돋친 남생이잎벌레의 애벌레는, 냄새나는 자기 똥으로 우산을 만들어서 몸을 숨긴다. 팔메토남생이무당벌레는 배설물에서 뽑아낸 풀 더미를 평생 동안 등에 지고 다니는데, 덕분에 생물이라기보다는 배를 가른 실뭉치처럼 보인다. 











덜 대담한 방법으로 자기의 똥을 이용하는 곤충들도 있다. 평범한 유럽 박하남생이잎벌레는 갈색과 검은색이 섞인 똥을 한 조각 모아서, 그 이름도 적절한 똥 포크에 끼운 뒤 등 위에 올려놓는다. 똥 포크는 길고 뾰족하게 갈라지고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구조물로 몸의 끝에 달려있다. 자기 똥으로 만든 파라솔을 쓰고 있음으로서 딱정벌레 유충이 얻는 이득은 이중적일 것이다. 어둡고 잔가지가 많은 실 덕분에 이 생물체는 전혀 곤충처럼 보이지 않게 된다. 새는 먹이를 찾을 때 주로 시각에 의존하는 사냥꾼인데, 새가 염두에 두고 찾아다니는 곤충의 모습을 감춰주는 것이다. 또 새는 건조하고 부서지기 쉬운 식물줄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새들이 원하는 것은 통통하고 촉촉하고 맛있는 음식이지 걸어 다니는 수세미가 아니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약간 공을 덜 들이긴 하지만 효과만큼은 떨어지지 않는 방법으로 백합잎벌레 유충이 사용하는 것이 있는데, 이 유충은 엄청난 양의 묽은 똥으로 자기 몸 전체를 덮어버린다. 때문에 항문도 등의 한가운데에 있다. 번들거리는 적갈색 달팽이처럼 생긴 이 애벌레는 끈적거리는 적갈색 대변에 대충 뒤범벅되어 있으면 거의 알아볼 수 없다. 그리고 이 악명 높은 정원의 해충은 정원사의 소중한 꽃을 갈가리 잘라버리고, 잎을 똥 범벅으로 덮어버린다. 영국에 다리가 검은 백합잎벌레가 있다면, 대부분의 유럽에는 다리가 빨간 백합긴가슴잎벌레가 있는데, 이 곤충의 학명은 라틴어로 ‘똥을 가지고 다니는’이라는 뜻이다. 똥 범벅이 된 유충은 포식자 새의 눈에 띄지 않는다. 기생벌과 포식자 곤충 역시 끈적이는 똥 더미 때문에 마음을 돌리는데, 다리와 더듬이와 턱에 끈적이는 똥이 달라붙으므로 너무 가까이 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똥으로 만든 방어벽이 살충제 스프레이까지 막아준다 해도 나는 별로 놀라지 않을 것이다.




 
똥은 유용한 천연 자원이다. 똥은 쉽게 구할 수 있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지만, 분명한 점은 단연 두드러지는 용도가 있다는 것이다. 이후에 등장할 청소동물들은 모두 똥을 먹이로 사용한다. 지금부터 이 책이 집중할 주요한 사실은 동물의 똥에는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의 이용 가능한 영양분이 있다는 것과 이 영양분들은 특정 곤충들을 유혹한다는 것이다. 이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방법 중 하나는 이 곤충들의 철학을 따라서 똥을 그저 단순한 중고 음식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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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쉬쉬한 똥 이야기
평범한 일상을 호기심 가득하게 만드는 “사소한 이야기” 시리즈, 그 여섯 번째 책!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사물에 얽힌 이야기를 다루는 “사소한 이야기”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이 나왔다. 술의 과학 『프루프』, 냉장의 물리학 『냉장고의 탄생』, 재료의 신비함 『사소한 것들의 과학』, 바퀴의 역사 『바퀴, 세계를 굴리다』, 체모와 알의 생물학 『헤어』, 『가장 완벽한 시작』을 지나 이번에는 “똥”과 그를 둘러싼 생태계에 얽힌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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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존스
'곤충 사나이'라는 별명의 남자.
리처드 존스는 영국의 저명한 곤충학자로, 왕립 곤충학 협회 및 런던 린네 학회의 회원이며, 영국 곤충학 및 자연사 학회의 전임 회장이다. 그는 10살에 처음 똥딱정벌레를 만난 후로 지금까지 40년 이상을 똥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고 있다. 현재는 BBC를 비롯한 다양… more
소슬기
서강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졸업 후 우연히 경제 분야 보고서를 번역한 일을 계기로 전문 번역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특히 관심 있는 분야는 물리, 수학, 경제이지만 그 외에도 과학 전반을 비롯한 인문사회분야에 관심이 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번…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