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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 #7. 똥파리들이 번식하는 방법 2017.12.14

 




똥파리도 열정적이긴 마찬가지이다. 의심스럽다면 이 곤충은 학명의 뜻이 ‘똥먹는 똥주민’이라는 것과, 똥이 쌓이자마자 수초 만에 나타나서 똥에 의지해 살아간다는 것을 기억해두자. 하지만 온몸에 솜털이 나있고, 주황색 기미가 도는 밝은 노란색 똥파리는 알을 낳지 않는데, 수컷이라서 그렇다. 수컷들은 암컷이 곧 도착할 것임을 알고 있으며, 언제나 먼저 등장해서 영역을 나눈다. 약간 더 작고, 더 조용한 녹회색 암컷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면서, 수컷들은 서로를 향해 어느 정도 위협적인 자세를 취한다. 






 






다른 수많은 곤충들처럼 똥파리도 유충과 성체가 선호하는 음식이 상당히 다르다. 똥파리 유충은 똥을 먹기도 하는 반면 성체는 흉포한 포식자이며, 이 아수라장 속에서 쥐는 힘이 강한 다리와 튼튼하고 가시 돋친 구기를 서로에게 들이대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공기 중에는 긴장감이 맴도는데, 지름이 30센티미터 정도인 똥 무더기 위로 기민한 수컷 똥파리 20~50마리가 모여서 번들거리는 대변의 표면을 수 제곱센티미터씩 차지하려고 다투기 때문이다.






성비는 암컷 한 마리 당 수컷 네다섯 마리 꼴인데, 때문에 똥파리 무도회에서 파트너를 구하지 못하는 암컷은 없다. 암컷이 부족한 이유는 아마 암컷은 성체로 우화한 뒤에도 바로 짝짓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암컷은 2~3주 동안 성숙하는 시간을 갖는데, 작은 파리나 다른 곤충들을 잡아먹고 단백질을 보충하면서 고되고 몸을 축내는 산란을 준비한다. 그러나 수컷은 훨씬 일찍 준비를 마친다. 알을 낳을 준비가 된 암컷이 똥덩이에 하나씩 도착하면, 품위 없는 쟁탈전이 벌어진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수컷이 암컷을 붙들고 짝짓기를 하며, 구애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 심지어 짝짓기가 진행 중인 와중에도, 암컷을 첫 번째 구혼자로부터 멀리 데려가려는 두 번째 또는 심지어 세 번째 수컷이 덤벼들지도 모른다. 이것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인데, 성공한 수컷은 정자를 다 전달하고 난 뒤에도 쟁취해낸 암컷의 주변을 지키며 암컷이 더 이상 짝짓기를 하지 못하게 한다. 암컷은 짝짓기를 여러 번 할수 있다. 때문에 수컷의 관심사는 가능한 한 오래 자리를 지키면서 늦게 온 수컷의 간섭으로 자신의 정자가 희석되고 암컷이 낳는 알 중에 자기 새끼가 줄어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암컷 역시 자신을 지켜주는 짝이 있는 편이 이득인데, 짝짓기에 혈안이 되어 끈질기고 성가시게 덤벼드는 다른 수컷이 암컷의 연약한 몸에 상처를 입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암컷이 똥에 알을 낳는 동안 수컷은 암컷의 등에 올라탄 채로 계속 머물러 있을 것이다. 암컷이 준비한 알을 모두 낳고나서 몸을 빼며 신호를 보내면 마침내 수컷은 붙들고 있던 것을 놓고 다시 똥으로 돌아가서 새 암컷이 도착하길 기다린다. 그사이 꿀을 마시거나 곤충을 잡아먹으러 떠난 암컷 파리는 며칠간 뱃속에 새로운 알들을 성숙시키면서 소똥 위에서 벌어질 또 다른 난투극에 뛰어들 준비를 한다.





 




신선한 똥덩이가 수컷으로 붐비게 되면, 새로 온 수컷은 잠시 후에 올 암컷을 붙잡을 가능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살짝 늦은 수컷은 근처의 수풀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암컷을 중간에 가로채려 시도한다. 주경기장에서 그 모든 필사적인 경쟁자들과 함께 기다리려 하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는 암컷이 더 적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수컷과 경쟁하는 일도 더 적으니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매우 만족스럽게도 관찰한 수는 예측했던 수와 거의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는데, 똥 위에 있는 수컷이 상당히 많았던 가운데, 대다수 수컷은 똥을 중심으로 반경 20센티미터를 넘지 않는 구역의 풀밭에 있었고, 똥에서 먼 구역일수록 수컷의 수가 감소했다(나머지 구역은 반경 20~40센티미터, 40~60센티미터, 60~80센티미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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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존스는 영국의 저명한 곤충학자로, 왕립 곤충학 협회 및 런던 린네 학회의 회원이며, 영국 곤충학 및 자연사 학회의 전임 회장이다. 그는 10살에 처음 똥딱정벌레를 만난 후로 지금까지 40년 이상을 똥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고 있다. 현재는 BBC를 비롯한 다양… more
소슬기
서강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졸업 후 우연히 경제 분야 보고서를 번역한 일을 계기로 전문 번역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특히 관심 있는 분야는 물리, 수학, 경제이지만 그 외에도 과학 전반을 비롯한 인문사회분야에 관심이 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번…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