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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에 가려진 세상2.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살아있을까?(2) 2018.02.20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한 시간 뒤에 살아 있을까?



슈뢰딩거의 지옥기계는 원자가 붕괴하면 일련의 과정을 통하여 고양이를 죽이게 된다. 이들은  각각 원인과 결과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상태에 대한 이름을 바꾸어 쓸 수 있다.




간단히 (붕괴한 원자)를 (죽은 고양이)로 줄여 쓰겠다. 살아있는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한 시간 뒤의 고양이 상태도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써놓고 보니 이상하다. 고양이가 중첩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 시 간 뒤의 고양이는 어떻게 된 것일까? 살아있는 것일까 죽은 것일까?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과 중간 단계일까? 살아있으며 동시에 죽었다는 것일까?  '반 죽었다'는 말이 있지만 그래도 엄밀히 말하면 반 죽었다는 말은 살아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살아있는 고양이를 보든지, 죽은 고양이를 보든지 둘 중 하나만 본다.  고양이가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를 확인하려면 측정해보는 방법밖에 없다. 코펜하겐 해석이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코펜하겐 해석 : 측정하기 전에는 고양이가 살아 있는 상태와 죽은 상태가 중첩되었다. 이는 살아 있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니다. 측정을 하는 순간 상태가 ㅣ살아있는 고양이> 나 ㅣ죽은 고양이> 중 한 상태로 무너진다. 어떤 상태가 될지는 모르고, 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확률이다.



한 시간 뒤에 상자를 열어 고양이의 상태를 알아보자. 상자를 열든 안 열든, 고양이의 생사는 이미 결정되어 있지 않을까? 가령, 상자를 열지 않고 고양이가 소리를 내는지 바깥에서 들어볼 수 있다. 상자를 여는 것은 고양이에게 특별한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므로 중첩된 상태 가운데 하나를 결정하는 측정이 아니고, 양자역학도 필요 없다. 그런 의미에서 고양이나 방사능 측정 장치를 고전적인 대상, 상자를 여는 일을 고전적인 상호작용이라고 부르겠다.  방사능 측정기가 방사선을 검출한 이후에, 망치가 작동하고 플라스크가 깨지면 시안화수소가 나오는 것은 모두 고전적인 상호작용으로, 인과 관계로 연결 되어 작동할 시간만 충분하다면 100% 확실하게 이어져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고전적인 상호작용에서는 상태가 중첩되지 않는다. 가령, 방사는 측정기가 측정하고 나서 일으키는 일들은 고전적인 상태로서 잘 중첩이 안된다. 

l한 시간 뒤의 방사능 측정기> = ㅣ방사선 측정> + ㅣ방사능 측정 안됨>


즉 위처럼 쓰는 것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쉽지 않다. 거시적인 물체가 중첩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우리가 방사능 측정기를 들여다보면 언제나 ㅣ방사선 측정> 이나 ㅣ방사선 측정 안됨> 중 하나만을 관찰한다. 사실 물체 하나가 중첩되었다는 것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특히 코펜하겐 해석에서, 중첩된 파동함수가 측정하는 순간 하나로 붕괴하는 것이 얼마나 이해하기 힘든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앙상블 해석 : 같은 실험을 여러 번 하면 반쯤은 산 고양이를 발견하고, 반쯤은 죽은 고양이를 발견할 것이다.



원자는 양자 대상이며 중첩이 일어난다.




이와 비슷한 일이 겹실틈 실험에서도 일어났다. 두 실틈을 각각 통과한 직후에는 비교적 잘 분리된 두 개의 파동이 있었는데, 퍼져나가면서 이들이 섞이고 중첩이 일어났다. 중첩이 일어나야 하는 양자 상태와, 중첩이 필요 없어 보이는 고전역학적인 상태의 경계는 어디쯤일까? 원자가 붕괴하는 과정을 대강 그려보면 붕괴한 원자에서 방사선이 나와서 방사능 측정기를 건드려서 전류를 흐르게 하고, 눈금을 바꾸고 스피커에서 '띡' 소리가 나도록 할 것이다. 이 연결 고리가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알기가 힘들다. 이처럼 슈뢰딩거 고양이 문제의 핵심은 어느 시점까지 중첩이 유지되는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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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보다 느린 세상』 저자 최강신 교수의 신작! 양자역학을 처음 접하고 나서 충격을 받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양자역학을 이해하지 못해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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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신
이화여자대학교 스크랜튼학부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이론 물리학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독일 본(Bonn) 대학교, 교토대학교, 한국 고등과학원에서 연구하였다. 힘과 물질의 기본 단위를 미세한 끈으로 보는 끈이론에서 입자 물리학의 표준모형을 이끌어내는 연구를 하고 있으며, 일반 상대성…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