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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가 된 알고리즘4. 컴퓨터가 창의성을 평가할 수 있을까? 2018.12.18

창의성은 인간이 가진 고유한 특질로 여겨져 왔고 이것을 평가할 수 있는 것 역시 사람뿐이라고 여겨져왔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질문을 던진 연구자들이 있습니다. 럿거스대학교 인공지능 연구팀은 ‘창의성을 평가할 수 있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거대한 질문을 던졌고 <예술 작품에서의 창의성의 계량화Quantifying Creativity in Art Networks>라는 연구를 통해 그 해답을 모색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즐겨 사용했던 창의성에 대한 평가법은 ‘전문가’ 집단의 ‘권위’에 기대거나 작가나 작품의 ‘유명세’에 기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럿거스대 인공지능 연구팀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작품의 내재적 특징에 따른 정량적 요인 분석법을 택했습니다. 작품에 사용된 색, 질감, 관점, 그림의 주제라는 변수를 ‘시대’라는 변수와 연결하여 측정값을 수치화 하고 어떤 작품이 다른 작품에 비해 창의성이 높은지를 측정했습니다. 


연구진은 ‘오리지널originality’인가와 하나의 ‘본보기exemplary’가 되어 영향력influential value을 미치는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예술세계에서야말로 혁신가가 등장해서 세상을 놀래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따르는 일군의 무리가 형성되고 어느새 유행으로 번지는 현상이 반복됩니다.

연구진은 15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작품 6만 2천 점을 인공지능에게 보여주었습니다. 평가결과는 주목할 만 합니다. 인공지능이 창의성이 높다고 평가한 작품들이 역사를 통해 사람 전문가들이 판단해 온 작품들과 거의 일치했습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은 인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표현주의 작품 중 가장 탁월한 작품으로 평가했던 뭉크Edvard Munch의 <절규>에 대해서 동시대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매우 창의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또 피카소의 <아비뇽의 여인들>이 1904~1911년 사이의 그림 중 창의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이것은 예술사가들의 생각과 일치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모두 같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면 다빈치의 종교적 색채가 짙은 작품 중에서 <세례자 요한>을 가장 높이 평가한 점이나 <모나리자>가 창의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 부분은 인간 전문가와 배치되는 의견입니다.


연구진은 컴퓨터 알고리즘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 그림의 연도를 바꾸어 넣는 이른바 ‘타임머신 테스트’를 실시했습니다. 인상파, 표현주의, 입체파 등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작품의 연도를 1600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가정하여 다시 측정해 보았습니다. 측정 결과 이 작품들의 창의성 지수는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에 비해 네오클래시시즘neoclassicism 작품들은 르네상스 사조와의 비슷한 화풍 때문에 1600년대로 돌렸을 때도 창의성 지수에 별 변동이 없었습니다. 반대로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작품들을 1900년대에 출시된 것으로 가정했을 때는 오히려 창의성 지수가 낮아졌습니다.


화풍 때문에 1600년대로 돌렸을 때도 창의성 지수에 별 변동이 없었습니다. 반대로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작품들을 1900년대에 출시된 것으로 가정했을 때는 오히려 창의성 지수가 낮아졌습니다. 이 연구는 우리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줍니다. 일단 기계도 ‘계산’을 통해 작품과 작품 사이의 특징을 비교하고 평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실 놀라운 것입니다. 훌륭한 비평가 한 명을 배출하는 것은 대략 40~50년을 필요로 하는 엄청난 작업이고, 비평가 개인의 노력은 물론 한 사회의 지식이 포괄적으로 동원되는 지적이고 창의적인 작업입니다. 그런데 ‘컴퓨터의 계산’이라는 방식을 통해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어냈으니, 우리는 새로운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창의성은 계산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바로 그것입니다. 


컴퓨터와 인간평론가 사이에 다른 의견이 나온 것 역시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겨줍니다. 인간은 무엇인가를 판단하기 전에 판단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인간의 교육과정이라는 것이 객관성을 향상시키는 과정이 될 수도 있는 반면에 자칫 편견을 주입하는 과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실험단계에 있는 기계의 의견에 이리저리 흔들릴 필요는 없겠지만, 우리의 지식과 평가체계가 혹시 어느 한 쪽으로 편향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관련도서

다빈치가 된 알고리즘
인공지능, 예술을 계산할 수 있을까?
창의성은 인간만이 가진 특성일까? 컴퓨터가 예술하는 세상이 온다

관련인물

이재박
연세대학교 작곡과를 졸업하고 예술 주변을 맴돌던 어느 날, 컴퓨터가 그림도 그리고 작곡도 한다는 기사를 접한다. 예술 창작이 예술가의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알고리즘에 의해 수행될 수 있는 보편적 과학활동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게다가 이런 변화가 예술가가 아닌 과학자에 의…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