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아카이브

지식 전달자, 엠아이디 출판사의 컨텐츠 아카이브

#커피 얼룩의 비밀3. 점탄성 유체의 여러 효과들 2018.12.18

주방에서 케첩을 짜거나 욕실에서 샴푸를 짤 때 바닥에 부딪힌 액체 줄기가 갑자기 튀어 오르는 경우가 있다. 물처럼 점성이 약한 액체는 응집력이 약해 충격을 가하면 바로 흩어지지만 케첩과 샴푸는 점탄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1963년 영국 공학자 알란 카예Alan Kaye가 『네이처』를 통해 처음 설명하여 카예 효과Kaye effect라 불린다. 1초도 안 되는 매우 짧은 순간에 벌어지는 이 신기한 모습을 육안으로 관찰하는 것은 쉽지 않다. 2006년, 네덜란드 트벤테대학교 마이클 버스루이스Michel Versluis 박사는 초고속 카메라로 이 현상을 촬영하고 수학적 모델링을 통하여 카예 효과의 메커니즘을 밝혔다. 카예 효과는 케첩과 샴푸 이외에 치약, 페인트 등 주로 점탄성을 가진 비뉴턴non-Newtonian 유체에서 나타난다.

비뉴턴 유체 중 하나인 우블렉oobleck에서도 또 다른 신기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이 물질은 살살 만지면 액체처럼 흐물거리지만 힘을 주면 순식간에 단단한 고체처럼 변한다. 주방에서 감자 전분 같은 녹 말을 물에 풀어 요리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국 시카고대학교 연구진은 막대기로 우블렉을 세게 내려치는 순간을 엑스선X-ray 촬영과 고속 촬영하여 액체였던 우블렉의 입자들이 순식간에 엉켜 고체처럼 단단해지는 과정을 설명하였다. 또한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연구진은 우블렉으로 만든 얇은 필름에 충격을 가할 경우 마치 유리창처럼 깨지는 현상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여 적당한 농도의 우블렉으로 호수를 만든다면 예수가 아니더라도 그 위를 걷는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 

최근 스페인에서는 비뉴턴 유체를 이용한 과속 방지턱인 바덴노바Badennova가 개발되었다. 스페인어로 ‘바덴’은 과속 방지턱, ‘노바’는 새롭다는 의미이다. 일반적인 과속 방지턱은 자동차의 속도에 상관없이 차량에 충격이 가해지는 데에 반해, 바덴노바는 차량이 천천히 지나갈 때는 물렁하고 빠르게 지나갈 때만 단단해져서 규정 속도를 지키는 차량은 큰 충격없이 통과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일반 유체와 구별되는 점탄성 유체의 특징은 여러 환경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원통형 용기에 물을 담고 막대를 가운데 둔 상태에서 빠르게 회전시키면 원심력으로 인해 물이 바깥쪽으로 높이 차오르고 가운데는 오목하게 들어간다. 


반면에 점탄성 유체를 담은 용기를 빠르게 돌리면 액체가 막대를 타고 올라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이 현상은 오스트리아의 과학자 칼 바이젠베르크Karl Weissenberg의 이름을 따서 바이젠베르크 효과Weissenberg effect라 불리며, 엔진 내부 윤활유의 유막을 형성하거나 화장품의 점도를 측정하는 데 이용된다. 

또한 통에 담긴 점탄성 유체는 출구의 구멍보다 더 굵은 줄기로 흘러나오는데, 이를 바러스 효과Barus effect 또는 메링턴 효과Merrington effect 라고 한다. 각각의 이름은 미국 물리학자 칼 바러스Carl barus와 메링턴A. C. Merrington에서 유래하였다. 이 효과는 매우 큰 압력을 받는 플라스틱 사출 성형 공정에서 제품 불량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꿀 같은 점탄성 유체를 높은 위치에서 조금씩 따를 때 마치 밧줄이 똬리를 트듯 나선형으로 쌓이는 현상을 액체 로프 코일링liquid rope coiling이라 한다. 이때 똬리의 크기는 낙하 높이와 속도, 액체의 점성에 따라 달라진다. 한편 따뜻한 초콜릿도 대표적인 점탄성 유체 중 하나이다. 인류 최초로 카카오를 재배한 마야인은 쓴맛의 카카오로 초콜릿 음료를 만들었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고체 덩어리로 익숙한 초콜릿의 원형은 원래 액체였던 것이다. 고체 상태의 초콜릿에 열을 가하면 점차 녹아내려 액체처럼 흐르고, 액상의 초콜릿을 차갑게 식히면 다시 고체가 된다.


미국 MIT 연구진은 속이 텅 빈 초콜릿에서 영감을 얻어 액체의 유변학적 특성으로부터 코팅 두께를 예측할 수 있는 이론을 정립하였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코팅 두께는 액체 점도, 주형mold 반경의 곱의 제곱근에 비례하고 액체 밀도, 중력 가속도, 경화 시간의 곱의 제곱근에 반비례한다. 이 기술은 인공 혈관과 인공 피부, 보호 필름 등 다양한 제품에 응용될 수 있다.


그렇다면 뷔페 식당의 초콜릿 분수chocolate fountain에서 초콜릿이 아래로 흐를 때 일직선으로 떨어지지 않고 안쪽으로 살짝 말리며 흘러 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 수학과 학부생 아담 타운센드Adam Townsend는 초콜릿의 흐름을 유체물리학적으로 해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타운센드에 의하면 이 현상은 물 종water bell과 마찬가지로 표면장력에 의해 발생한다.


그는 초콜릿의 점성을 고려한 나비에-스토크스Navier-Stokes 방정식을 풀어 이 원리를 설명했다.

캡처.JPG.jpg

(u는 속도, t는 시간, f는 체적력, ρ는 밀도, p는 압력, ν는 동점성계수)


프랑스 공학자 클로드 루이 나비에Claude-Louis Navier와 영국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 조지 스토크스George Stokes에 의해 완성된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은 뉴턴의 운동 제2법칙(F=ma)을 유체의 성질에 맞게 변형시킨 식이다. 다시 말해 이 식은 점성을 가진 유체에 작용하는 힘과 운동량의 변화를 기술하는 비선형 편미분 방정식으로 거의 모든 유체의 흐름을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실제로 혈관 내 혈액의 흐름, 태풍 및 해수의 움직임, 애니메이션의 유동, 자동차 주변 공기의 흐름 등이 그 예이다.

참고로 매우 복잡한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에서 비선형항의 일반해는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난제로 남아 있다. 미국 클레이 수학연구소Clay Mathematics Institute는 새천년을 맞이한 2000년, 7개의 풀리지 않은 난제를 밀레니엄 문제로 선정하여 문제당 10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는데 그중 하나가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에 관한 것이다. 나머지 6가지는 P-NP 문제, 호지 추측Hodge conjecture, 푸앵카레 추측Poincaré conjecture, 리만 가설Riemann hypothesis, 양-밀스 질량 간극 가설Yang-Mills existence and mass gap, 버치와 스위너턴-다이어 추측Birch and Swinnerton-Dyer conjecture이다.

수많은 천재 수학자들이 도전하였지만 유일하게 푸앙카레 추측만 2002년 러시아 수학자 그리고리 페렐만Grigori Perelman에 의해 풀렸다. 여기에 한 가지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는데, 은둔의 수학자로 알려진 페렐만은 수학계의 도덕적 기준에 실망하여 약 10억 원의 클레이 수학연구소 상금은 물론이고 필즈상 역시 거부하였다.

관련도서

커피 얼룩의 비밀
흐르고, 터지고, 휘몰아치는 음료 속 유체역학의 신비
세상을 거대한 실험실로 탈바꿈하는 비밀 사소한 질문에서 시작하는 탐구의 세상

관련인물

송현수
1982년 대전 출생.
어린 시절부터 진지하고 심오한 과학보다는 가볍고 말랑말랑한 과학에 흥미를 느꼈다.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과학상자를 조립하다가 장난감이나 놀이기구 설계처럼 유쾌한 공학을 꿈꾸며 2001년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에 입학하였다. 하지만 난해한 수식으로 포장된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