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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얼룩의 비밀4. 커피 얼룩 효과 2018.12.18

무심코 책상 위에 떨어뜨린 커피 한 방울. 다음 날 커피 얼룩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한 가지 발견할 수 있다. 얼룩이 균일하지 않고 중심은 상대적으로 연한 색이며 바깥 테두리는 진하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물방울은 습도가 낮은 가장자리에서 증발이 활발히 일어난다. 증발로 인해 물이 사라지면 겉보기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물방울의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흐름이 발생한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작은 커피 알갱이들 역시 그 유동을 따라 이동한다. 가장자리에서 물은 계속 증발하고 커피 알갱이들만 쌓이는데 이것이 커피 얼룩에서 바깥 테두리 색이 더 진한 이유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커피 얼룩 효과coffee stain effect 또는 커피 고리 효과coffee ring effect라 한다.

커피 얼룩 효과가 일어나는 과정을 상세히 분석하기 위한 도구로 입자영상유속계PIV, Particle Image Velocimetry가 사용된다. 입자영상유속계는 미세한 형광 입자fluorescent particle가 섞인 유체 흐름을 연속적으로 촬영하여 시각화할 수 있는 장치로 물방울 내부에서 일어나는 유동을 관찰하기에 적합하다. 


그뿐만 아니라 촬영한 사진의 영상 처리를 통해 유동의 전체적인 속도 분포를 나타낸 속도장velocity field도 계산할 수 있다. 이 단순한 현상은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1865년 영국 물리학자 제임스 톰슨James Thomson이 처음 이 현상을 발견하였고, 이탈리아 물리학자 카를로 마랑고니Carlo Marangoni가 심도 있게 연구하였다.


연구하였다. 그리하여 물방울의 증발처럼 표면장력 차이로 인해 발생한 흐름을 마랑고니 유동Marangoni flow이라 한다. 이후 미국 물리학자 조사이어 깁스Josiah Gibbs가 이론을 완성하였다. 1997년 미국 물리학자 로버트 디간Robert Deegan은 시간에 따른 커피 얼룩 띠의 두께를 이론적으로 계산하고 실험으로 증명하여 『네이처』에 발표하였다. 이후 추가로 물방울의 충돌과 증발 등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하고 경사진 표면 위 물방울의 크기와 경사각에 따라 얼룩의 형상이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대해서도 연구하였다. 이로써 단순해 보이지만 복잡한 물방울의 증발을 이해하는 데 한 걸음 다가선 셈이다.



그렇다면 커피 얼룩 효과는 어떤 환경에서 뚜렷이 나타날까? 


물방울의 증발 과정은 3단계로 진행된다. 우선 위 그림과 같이 가장자리가 고정된pinning 상태에서 물방울 모양이 점점 납작해지는 일정 접촉 반경 단계constant contact radius mode이다. 두 번째는 모양은 동일하게 유지하며 가장자리만 안쪽으로 이동하는 일정 접촉각 단계constant contact angle mode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앞선 두 단계가 합쳐진, 모양도 납작해지고 가장자리도 안쪽으로 줄어드는 수축 단계shrinkage mode이다.

커피 알갱이는 첫 번째 일정 접촉면적 단계에서 바깥 테두리에 많이 쌓인다. 따라서 일정 접촉각 단계가 주로 일어나는 소수성 표면보다는 가장자리에서 증발이 활발히 일어나는, 즉 일정 접촉면적 단계가 지배적인 친수성 표면에서 커피 얼룩 효과가 확연하다. 반대로 커피 얼룩의 테두리가 연할수록 표면 이 소수성에 가깝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커피가 아니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먼지로 인해 물방울에서도 얼룩이 생긴다. 예를 들어 유리잔을 물로 아무리 깨끗이 씻더라도 천천히 자연 건조하면 물방울 바깥쪽에 희미한 얼룩이 남는다. 따라서 완벽히 투명한 유리잔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물로 세척한 후 곧바로 리넨같은 헝겊으로 물기를 완전히 닦아 증발로 인한 얼룩 효과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상에서는 얼룩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주요 화두이지만, 예술에는 일부러 커피 얼룩을 만들어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커피 얼룩 예술coffee stain art 분야가 있다. 독일 일러스트레이터 슈테판 쿠닉Stefan Kuhnigk은 어느 날 우연히 책상에 흘린 커피 자국에서 괴물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이후 종이에 커피 방울을 무작위로 떨어뜨리고 그 얼룩에서 ‘커피 몬스터’라는 귀여운 이름의 캐릭터를 찾아내 작품을 만든다. 이 작품의 특징은 어떤 모양의 얼룩이 나올지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커피 방울을 떨어뜨리는 높이와 방향, 속도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형태의 얼룩이 나타나기 때문에 한 번 완성된 작품을 다시 재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은 캔버스 위에 다양한 색의 물감을 수없이 흩뿌려 작품을 만드는 반면에 쿠닉은 커피라는 제한된 물감으로 한두 번의 적하dropping와 윤곽선을 그려 작품을 완성시킨다.


2006년 쿠닉은 완성된 작품들을 모아 『The Coffeemonsters book』을 출간하였고, 그의 최신 작품은 인스타그램(@thecoffeemonsters)과 페이스북(@coffeemonsters)에서 감상할 수 있다. 버릴 수 없 

으면 취하라. 쿠닉의 등장은 얼룩이 물든 치맛자락에 탐스러운 포도송이를 그렸다는 신사임당의 재림이다.

한편 주로 예명 레드Red로 불리는 말레이시아 아티스트 홍이HongYi는 물감과 종이 없이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커피잔 바닥에 묻은 얼룩으로 대만 영화배우 주걸륜Jay Chou의 얼굴을 표현하였다. 이외에도 2만 개의 티백으로 차를 따르는 사람의 모습을, 6만개의 나무 젓가락으로 중국 영화배우 성룡Jackie Chan을, 책을 쌓아 미국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를, 2,000송이의 카네이션을 빨갛게 물들여 미얀마 정치가 아웅 산 수 지Aung San Suu Kyi를 그린 작품 등으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예술로 이용되지 못한 일상의 커피 얼룩은 어떻게 지울 수 있을까?


유리나 플라스틱 같은 딱딱한 표면 위의 커피 얼룩은 쉽게 닦을 수 있지만, 옷에 흡수된 얼룩을 제거하는 일은 무척 어렵다. 얼룩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성분을 파악해야 하는데 와인, 커피, 과즙과 같은 식물성 얼룩은 산성 약품으로, 우유, 혈액, 육즙 같은 동물성 얼룩은 알칼리성 약품으로 지우는 것이 세탁의 기본 원리이다. 이를 동질성homogeneity이라 하며 수용성(水溶性) 얼룩은 물로, 유용성(油溶性) 얼룩은 유기 용매organic solvent로 없애는 방식이다. 따라서 약산성인 커피의 얼룩은 식초와 주방 세제를 동일한 비율로 혼합하여 제거할 수 있으며 식초 대신 탄산수나 레몬 등을 활용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세탁소에서는 건식 세탁dry cleaning을 할 때 주로 석유계 용매, 불연성 합성 용매, 불소fluorine계 용매 등을 사용한다.

관련도서

커피 얼룩의 비밀
흐르고, 터지고, 휘몰아치는 음료 속 유체역학의 신비
세상을 거대한 실험실로 탈바꿈하는 비밀 사소한 질문에서 시작하는 탐구의 세상

관련인물

송현수
1982년 대전 출생.
어린 시절부터 진지하고 심오한 과학보다는 가볍고 말랑말랑한 과학에 흥미를 느꼈다.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과학상자를 조립하다가 장난감이나 놀이기구 설계처럼 유쾌한 공학을 꿈꾸며 2001년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에 입학하였다. 하지만 난해한 수식으로 포장된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