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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얼룩의 비밀5. 세상에서 가장 큰 소용돌이, 태풍 2018.12.18

간혹 서로 혼동되는 토네이도와 태풍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토네이도는 미국 대륙에서 발생하는 작지만 강력한 회오리 바람을 뜻하는 반면에, 태풍은 태평양에서 발생하며 토네이도에 비해 매우 크다. 신기하게도 한자 태풍(颱風)과 영어 타이푼typhoon은 발음이 유사한데, 중국 광둥어 다펑(大風)에서 유래한 태풍과 그리스 신화의 거인 티폰typon에서 유래한 타이푼 중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태풍은 발생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태평양에서 발생하여 우리나라 쪽으로 불어오는 것을 태풍, 대서양에서 발생한 것을 허리케인hurricane, 인도양에서 발생한 것을 사이클론cyclone이라 하며,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윌리윌리willy-willy라 부른다. 간혹 대서양에서 발생한 허리케인이 날짜 변경선을 넘어 태평양으로 오면 다시 태풍으로 분류되는데, 2006년 발생한 이오케IOKE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렇다면 태풍은 어떤 원리로 생기는 것일까?


태풍은 열대성 저기압으로 충분한 열에너지와 수분, 그리고 공기를 소용돌이치는 힘 등세 가지 조건을 만족할 때 발생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뜨거운 여름, 해수면 온도가 27℃ 이상인 열대 기후의 바다에서 지구 자전에 의한 회전력으로 태풍이 생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8월 전후에 태풍이 집중적으로 북상한다. 태풍은 중심의 눈과 그 주변에 눈의 벽eyewall이라 부르는 적란운으로 이루어져 있다. 태풍의 주변부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지고 있지만, 중심부인 ‘태풍의 눈’은 의외로 고요한데 이는 각운동량 보존 법칙law of conservation of angular momentum으로 설명된다. 즉 회전하는 물체는 외부로부터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각속도angular velocity와 관성 모멘트moment of inertia의 곱인 각운동량이 항상 일정하기 때문에 태풍 중심으로 접근할수록 바람이 세지고 그만큼 강한 원심력이 발생한다. 이는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회전할 때 양팔을 오므리면 더 빠르게 도는 원리와 동일하다. 따라서 기압 차이가 있어도 바람이 원심력을 뚫고 중심부로 들어갈 수 없어 지름 20~60km의 고요한 태풍의 눈이 형성된다.

흔히 태풍은 막심한 피해만 주는 자연 재해으로 인식되는데 여러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물의 주요 공급원으로 가뭄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저위도 지방의 열에너지를 고위도 지방으로 이동시켜 위도에 따른 온도 분포를 고르게 만든다. 또한 공기를 순환시켜 대기 오염 물질을 흩어지게 하고 강력한 힘으로 해수를 뒤섞음으로써 적조 현상을 완화하는 역할도 한다.


우리나라를 지나는 태풍은 항상 북상하며 오른쪽으로 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구상의 모든 물체는 자전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프랑스 과학자 가스파드 코리올리Gaspard Coriolis의 이름을 따서 코리올리 힘Coriolis force, 우리말로 전향력이라 한다. 지구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자전함에 따라 발생하는 전향력은 태풍의 경로를 북반구에서는 진행 방향의 오른쪽으로, 남반구에서는 왼쪽으로 치우치게 한다. 또한 황사와 미세먼지를 몰고 오는 편서풍 역시 전향력에 의한 바람이다. 전향력은 물체의 질량과 속도, 자전 각속도에 비례하고, 위도가 클수록, 즉 극지방에 가까울수록 그 힘이 커진다. 반대로 위도가 0인 적도에서는 전향력이 없어 태풍 역시 발생하지 않는다.


C=2mvωsinφ 

(C는 전향력, m은 물체의 질량, v는 물체의 속도, 

ω는 지구의 자전 각속도, φ는 위도)


전향력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가 배수구이다. 북반구인 우리나라에서 욕조나 싱크대의 배수구로 물이 빠질 때 태풍과 마찬가지로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고, 남반구에서는 시계 방향으로 회전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잘못된 상식으로 배수구의 물에 작용하는 전향력은 중력과 비교해 매우 작아 회전 방향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회전 방향은 오히려 물이 담긴 용기의 모양과 물이 빠지기 직전의 상태에 따라 좌우된다. 만일 전향력을 직접 확인하려면 욕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크고 완벽한 대칭 형태의 수조에 많은 양의 물을 가득 채우고 오랫동안 안정시킨 평형 상태에서 마개를 뽑아야 한다. 

이런 정교한 실험을 실제로 수행한 과학자가 있다. 1908년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오토카르 툼리르쯔Ottokar Tumlirz는 북반구인 미국 보스턴에서 1.8m 수조에 1,100L의 물을 채운 후 24시간 동안 안정시키고 마개를 제거하였다. 초기에는 아무런 회전도 없었으나15분 후 물이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기 시작하였으며 반복 실험한 결과 일관된 회전 방향을 관찰하였다. 이처럼 매우 철저하게 통제된 특정 실험 환경 하에서는 전향력이 실재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 어느 규모 이상에서 코리올리 효과가 나타나는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스웨덴 태생의 미국 기상학자 칼 구스타프 로스비Carl-Gustaf Rossby는 물리적으로 전향력에 대한 관성력의 비율을 의미하 는 무차원수인 로스비 수Ro, Rossby number를 정의하였다.

dfsxcvxc.JPG.jpg

(U는 특성 속도, L은 특성 길이, f는 코리올리 진동수)


즉 로스비 수가 클수록 전향력은 영향이 작고, 로스비 수가 작을수록 전향력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토네이도의 로스비 수는 1,000 정도로 코리올리 효과가 무시되는 반면에 지구 단위의 편서풍이나 해류의 로스비 수는 1보다 작으므로 코리올리 효과가 매우 크다. 이처럼 매우 민감한 전향력은 실생활에서 각속도 센서, 자이로스코프gyroscope 등의 계측 기기와 낚시용 찌, 완구용 비행 원반 같은 생활 용품에 쓰인다. 

그렇다면 이동 경로와 상관 없이 태풍은 자체적으로 어느 방향으로 회전할까?


태풍은 북반구에서는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고 남반구에서는 시계 방향으로 회전한다. 바람은 항상 저기압인 태풍의 중심 방향으로 부는데, 앞서 이야기한 전향력의 영향으로 오른쪽으로 휘어지면 합력net force은 반시계 방향이 된다.


정리하면 북반구에서 태풍은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며 북동쪽으로 이동하는데, 이때 태풍의 동쪽은 태풍의 이동 속도에 바람의 회전 속도가 더해지고, 서쪽은 반대로 바람의 회전 속도만큼 상쇄된다. 이것이 동일한 규모의 태풍이더라도 서해로 북상하는 경우가 동해로 북상하는 것보다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주는 이유이다.


일상 생활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소용돌이가 태풍이라면, 가장 작은 규모의 소용돌이는 찻잔 안에서 일어난다. 양자 역학에 큰 업적을 남긴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odinger는 어느날 아내와 함께 차를 마시다가 신기한 현상을 발견하였다. 숟가락으로 물을 빠르게 휘저으면 찻잎 역시 회전하다가 천천히 멈추는데, 마지막에는 반드시 찻잎이 중앙에 모인다는 점이다.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원심력으로 인해 찻잎이 바깥쪽으로 이동할 것 같은데 실제 현상은 정반대로 일어나 이를 찻잎 역설tea leaf paradox이라 부른다.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당대 최고의 석학 슈뢰딩거도 설명하지 못한 이 현상의 원리에 대해 독일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찻잔 안의 물을 휘저으면 바깥쪽으로



나선을 그리며 회전하는데 이때 위쪽의 물은 빠르게 도는 반면에 아래쪽의 물은 바닥과의 마찰로 인해 천천히 돈다. 이 속도 차이에 의해 물과 찻잎은 상단 중앙에서 바깥쪽으로, 잔 벽을 따라 아래로, 그리고 다시 바닥면의 중심으로 이동한다. 이후 물은 다시 위로 상승하지만 찾잎은 중력에 의해 그 자리를 지킨다. 이렇게 수직으로 순환하는 유동을 수평으로 휘저어 발생하는 주요 흐름primary flow과 구별하여 2차 흐름secondary flow이라 한다.

2차 흐름은 찻잔 밖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 호주 모나쉬대학교기계공학과의 다이안 아리핀Dian Arifin 박사는 혈장과 적혈구를 분리하는 의학용 진단 장치에 2차 흐름을 응용하였다. 또한 기상학에서 기압 에 따라 날씨가 다른 이유를 설명하거나 맥주 양조 과정에서 단백질과 폴리페놀이 응집한 트루브trub를 제거하는 데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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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수
1982년 대전 출생.
어린 시절부터 진지하고 심오한 과학보다는 가볍고 말랑말랑한 과학에 흥미를 느꼈다.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과학상자를 조립하다가 장난감이나 놀이기구 설계처럼 유쾌한 공학을 꿈꾸며 2001년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에 입학하였다. 하지만 난해한 수식으로 포장된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