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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도서 추천] EBS 다큐프라임 <독한 것들> - 박성웅, 정준호 plivia2015/05/27 01:08705

"슬프도록 아름다운 독의 진화. <독한 것들>"

  일단 표지 디자인이 썩 마음에 들었습니다. 화려한 개구리... 전작 <기생>이 썩 흥미로웠던 덕에 이번 <독한 것들>도 기대가 큰 바. <진화의 신비, 독>을 타이틀로 내건 EBS 다큐프라임을 방송과 책으로 동시에 만나보게 되었네요. 생물의 진화에 대한 궁금증을 시발점으로 생물이 어떻게 '독을 가지게 되었는지' 독과 자연선택의 상관관계는 무엇인지. 인간 생활에 '독'이라는 것이 활용이 가능한 지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독'을 분석해 본 도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독이란 무엇인가? 무엇을 독이라고 말할 수 있나?"

  사실 독이라는 개념은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도서에도 나와 있듯, 신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살아가는 데에 있어 없어선 안 될 필수요소인 물조차도 지나치다면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의 사례를 들어보자면 어떠한 독소나 곰팡이는 얼마만큼의 양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느냐에 따라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고, 효과적인 약이 될 수도 있는 거죠.

  굳이 독소가 아니라도 그렇습니다. 거머리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징그럽고 끔찍한 흡혈생물이라고 여기지만, 거머리를 이용해 독소를 빨아내는 치료법이 존재하기도 하죠. 이렇듯 세상의 모든 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다른 측면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독을 가진 곤충들이나 동물들"

  생태계에는 다양한 동식물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장미의 가시처럼, 동물들 역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또는 먹잇감을 사로잡기 위해 독을 가지고 있는 동물들이 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오리너구리입니다. 저는 오리너구리가 독을 가진 동물이라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

  사실 오리너구리는 그냥 비주얼만으로도 많은 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생물인지라. 독까지 가지고 있었다니 더욱 흥미롭잖아? 일반적인 포유류들과는 다른 특성이 오리너구리에게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만듭니다. 암수컷 모두 독발톱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암컷은 자라면서 이 독발톱이 사라진다고 하네요. 수컷의 독주머니는 특히 짝짓기철에 더 많은 독을 생산한다고 한ㄷ...

  상자해파리라든지 익숙하지 않은 생물들도 눈에 띕니다. 그리고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독을 가진 곤충이나 동물들은 신기하게도 화려한 무늬, 색을 가진 녀석들이 많습니다. 왜일까요. 초반에 이야기 했듯 이것은 그들의 생존과 직결될 것입니다.

  화려하고 멋진 무늬로 먹이를 유혹하거나 천적에게 겁을 주고, 아름다움 속에 웅크리고 있는 강한 독성으로 유혹한 먹이를 잡거나 떠나지 않는 천적을 다시금 쫓아냅니다. 생존을 위한 수단인 거죠. 음 쓰다보니 뭔가 팜므파탈처럼 엄청난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어. 내 안의 중2병을 끄집어내는군.

  뭐, 장난은 이 쯤 하구요. 여기에서 우리가 찾아볼 수 있는 점은 우리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그 '독성'이 정작 그 동물들에게 있어서는 '생존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인간에게 있어 그 생물의 특성은 독입니다. 그러나 그 생물의 입장에서 그것은 독일까요? 아뇨. 천만에. 그것은 그들의 무기입니다. 인간의 총과 칼처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최대한의 무기인 것입니다.

  자연에서 생성되는 독만 해도 대략 10만 종 정도입니다. 그리고 한 번 소진된 독은 어느 정도의 충전 기간을 가져야 다시 생성될 수 있죠. 만약 독이 필요없는 것이었다면 굳이 시간을 들여서까지 다시 충전해야 할 필요도 없겠죠. 또한 지금까지의 연구로는 독을 가진 생명체는 유전적으로 강하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생물보다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독이 필요없는 환경을 조성해 주면 독을 가진 생명체는 그 독성의 특질이 퇴화한다는 것이죠.

  적에게 쉽게 죽임을 당하지 않기 위해 가지고 있는 비장의 카드이지만 꺼낼 일이 없다면야, 당연한 결과려나요. 그러므로 우리는 독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하거나, 독성을 가진 생물을 배척하기 보다는 그 동물이 어떤 연유로 그런 특질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독을 가지고 있는 동물들이 무작정 독을 살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위협에 처했을 경우처럼 꼭 필요한 경우에만 그 독을 활용한다는 것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독한 것들>에서는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죠. 독성 생물의 진화 과정은 어쩌면 '붉은 여왕 효과'가 처절하게 적용된 결과가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그렇다면 이 내용이 어떻게 인간의 생활까지 연계될 수가 있을까요. 간단한 예로 독은 인간이 제조해 내는 '인공독'과 자연계에서 동식물이 생성해 내는 '자연독'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합니다. 자연계에서 생성되는 '자연독'은 앞서 말했듯 동식물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사용하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그러나 인간이 만들어내는 '인공독'은 어떨까요. 고엽제, 사린가스, 생화학무기 등 다양한 독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걸까요. 나약한 인간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만든 최후의 보루일까요. 글쎄요. 현재의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인공독'은 대부분이 타인을 죽이거나 해를 입히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가요? '평화를 위해, 방어를 위해'라는 포장으로 약자를 해치고 후손들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지는 않을까요.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제법 무서운 생각들이 들기 시작합니다. 당연한 듯 지내왔던 모든 것들이 새삼스러워지는 순간이죠. 역시 역사상 가장 잔인한 동물은 인간...

  뭐...그런 면에서 저는 이 <독한 것들>이란 도서를 조금 더 높게 평가하게 되었습니다. 뭐 EBS 다큐프라임 방송이나 도서들 자체가 이런 교훈들을 하나씩 담고 있기는 하지만, 매번 감탄하게 되는 것 같아요. 늦은 시간에 리뷰를 적다보니 무언가 진지해지고 묵직해지는군. 이만 잘 때가 되었나봅니다. 정리하자면 예쁜 표지와는 다르게 가볍게 읽을 만한 도서는 아닙니다만, 한 번쯤은 읽어봐도 좋을 도서랄까. 저번의 <기생>처럼 방송이 궁금해지는 도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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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것들
슬프도록 아름다운 독의 진화
이번엔 독이다. 전작 <기생>으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EBS 다큐프라임 제작진이 더욱 진화한 다큐멘터리 <진화의 신비, 독>을 방송과 책으로 동시에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