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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르던 毒이야기 saint5652016/05/19 11:47569

『독한 것들』    박성웅 · 정준호 외 /  EBS MEDIA 기획 /  MiD (엠아이디)


인간 사회에선 너무 이기적으로 강해도 탈이다. 뒤통수에 부딪는 말이 있다.“독한 것” 독한 것도 독한 것 나름이다. 선한 뜻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채찍질하는 ‘착한 독함’이 있는가 하면 인륜을 저버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부딪히고 싶지 않은 ‘나쁜 독종’도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

생태계로 가본다. 생물의 진화를 두고 볼 때 그 요인은 여러 갈래로 해석되지만, 결국은 생존이다. 살아남기 위해 변화가 이뤄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인간 세상이 점점 살기 힘든 곳으로 바뀌고 있다할지라도, 그래도 그 중 낫다. 아직은 변화를 위해 목숨까지 내 놓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EBS 다큐 프라임 〈진화의 신비, 독〉을 편집해서 출간한 이 책에선 역시 ‘독(毒)’이 주제다. 생태계에서 독은 특이하다. 제작자들은 여러 의문을 갖고 시작했다. 독이란 무엇인가? 왜 독을 가진 생물들은 자신의 독에 안전할까? 이들이 독을 가지도록 한 진화의 힘은 과연 무엇일까?


독을 생각하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난다. ≪논어≫의 <선진편(先進篇)>에 나오는 말이다. 중용(中庸)이 중요함을 이르는 말이지만 독도 독 나름이고, 그 ‘정도의 차이’가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지만 1g으로 1천만 명을 죽일 수 있다고 하는 치명적인 미생물 독소인 보톨리누스 독소는 아주 적은 양을 정확하게 사용하면 경련이 일어나는 증상에 효과적이다. 성형외과에서 효자 역할을 든든히 잘 하고 있다는 것은 전 국민이 다 안다. 


독성학

여태껏 독(毒)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느냐? 어느 정도 끼치느냐? 해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수준이었다. 독성학의 연구와 개발이 진척되면서 이제껏 추정 이론으로만 기록되었던 생태계 독소, 독성들의 정체가 밝혀지고 있다. 독을 제대로 아는 것은 의외로 수확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생태계를 깊이 이해하는 계기도 되기 때문이다.


“식물은 살아남기 위해 독을 사용하고, 동물은 그 독을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냅니다. 독은 잔인하지만 아름다운 진화의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독의 생태계는 엄혹한 자연 속에서 평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이기심

문제는 평형을 유지하던 독의 생태계에 교란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이기심과 편리성으로 어느 특정 종자를 없애기 위해 좀 더 독한 어느 것을 인위적으로 투입하면서 오는 현상이다. 국내에선 식용개구리가 바로 그 녀석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사탕수수두꺼비는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사탕수수두꺼비의 강력한 독에 오스트레일리아 토착 동물들은 끔찍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한다. 남미의 습지에 살던 그 두꺼비들이 어떻게 그곳에 왔을까? 그 이유는 인간의 개입 때문이다. 사탕수수밭의 해충, 딱정벌레를 퇴치하겠다고 도입한 사탕수수두꺼비, 인간의 이기심으로 시작된 외래종의 유입은 스스로 평형을 유지하던 독의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어설픈 인간의 개입은 치명적이고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책은 ‘독은 무엇인가?’를 시작으로 독한 생존을 이어가고 있는 독화살개구리, 상자해파리, 바로 앞에 이야기한 사탕수수두꺼비, 바다뱀 등등 수없이 많은 그리 친밀하지 않은 생물들이 소개된다. 끼리끼리 독한 라이벌들도 소개된다. 마지막으로 ‘인간과 독’을 통해 인간세상에서 ‘독’이 활용되는 여러 사례를 들고 있다.


영감의 원천, 독

분위기를 좀 바꿔서 독이라는 주제가 문학적이고, 실용적이라는 이야기는 어떨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엔 마녀들이 묘약을 만드는데 그 중심엔 독(毒)이 있다. 고대 그리스에선 매년 다산의 여신인 데메테르를 기리는 엘레시우스 제전을 치렀다. 엘레시우스 제전에선 키케온이라는 음료를 마시고 강력한 환각효과와 미래에 대한 계시를 받는 것이 중요한 의식 중 하나였다. 키케온은 물과 보리, 향신료를 섞어 만드는데, 오늘날의 학자들은 맥각에 오염된 보리를 일부러 집어넣어 환각을 유도하며 집단 구성원들의 결속력을 다졌던 것으로 추측한다. 오늘날에도 맥각에서 추출한 물질은 마약류 중 가장 강력한 환각제로 쓰이고 있다. 바로 LSD이다. 오늘은 금요일. LSD까지는 안 가더라도 날도 더워지고 불금이다. 치맥과 함께 할 사람들이 많을 듯. 맥각이라는 단어 때문에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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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도록 아름다운 독의 진화
이번엔 독이다. 전작 <기생>으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EBS 다큐프라임 제작진이 더욱 진화한 다큐멘터리 <진화의 신비, 독>을 방송과 책으로 동시에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