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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차가움을 찾아서 [냉장고의 탄생] super7602016/07/08 12:08551

숨겨진 차가움을 찾아서 [냉장고의 탄생]

 



 

 

하루에도 몇 번씩 냉장고의 문은 열렸다 닫힌다.

아이들은 학교 다녀 오면 엄마 얼굴 찾는 것보다 냉장고 속 아이스크림을 찾느라 더 바쁘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면 냉장고를 열어 보며 "저녁은 뭐 해 줄 거야?" 라며,

주부인 엄마보다 더 저녁끼니를 챙긴다.

지들이 요리할 것도 아니면서...

 

그러고 보면 냉장고는 대화만 할 수 없다 뿐이지

어느샌가 우리집의 한가운데를 떡 차지하고서 '조용한 주인님' 행세를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삼시세끼를 책임져 주는 위대한 냉장고님이시니

엄마를 제치고 그렇게도 자주, 친근하게 열고 닫으며 안부를 챙길 만도 하다.

 

요즘의 TV광고에서 '스마트 냉장고'는 대놓고 온 집안의 중심 역할로 떠오르고 있다.

TV화면을 능가하는 환한 화면으로 집안을 밝혀 분위기를 휘어잡으며

살짝 터치만 하면 냉장고 속 재료는 물론, 요리방법까지 척척 내놓으니

숫제 대화라도 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좀 있으면 엄마 대신 스케줄을 관리해주는 잔소리꾼이라도 될 양이다.

 

사실, 냉장고의 역할이란 것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뿐이지,

냉장고는 엄마 버금 가는 지위를 누릴 자격이 충분히 차고도 넘친다.

냉장고 하나가 탄생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인류 역사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서 살펴보면

문화와 사회와 과학과 함게 발전해 온 냉장 기술이 대단하다 여기지 않을 수 없다.

 

'냉장고' 하나의 키워드만 가지고 이렇게 많은 왕들과 장인들과 과학자를 만날 줄은 몰랐다.

몇 몇 위대한 발명가들의 이름만 가지고는 냉장고를 논할 수 없다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따르면 만물이 창조될 때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전해주었다고 한다.

불의 탄생은 신화의 영역에서 다룰 정도로 그 역사가 깊고 오래되었으며

그 탄생의 과정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정도로 친숙하게 여긴다.

마찰을 일으키거나 불을 질러 물건을 뜨겁게 만드는 것은 빨리 배웠지만

반대로, 차갑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차갑게 하는 방법을 완전히 이해한 것은 근대 과학이 거의 성숙 단계에 들어간 뒤의 일이라고 하니 말이다.

 

[냉장고의 탄생]에서는 고대의 석빙고 시대부터 현대를 지나 미래에 이르기까지 연대순으로 차가움을 만드는 방법이 알려지게 되는 이야기와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생활에 미친 영향을 다룬다.

 

마리 점토판에 따르면 냉장고의 역사에 대한 기록은 짐리-림 왕이 '얼음 창고'를 지으라고 명령했다는 데서 시작된다. 더운 나라였던 이집트에서는 왕이 시원한 와인 한 잔을 마시려면 노예 여러 명이 물을 계속 뿌리고 미친 듯이 부채질을 해야 했다고 한다. 얼음 기술이 중심지가 된 곳은 페르시아다. 바지르, 카나트, 야크찰 등의 냉각 기술을 바탕으로 수백 년에 걸쳐 페르시아의 얼음 기술이 완성되었다.

 



 

서양만 살펴볼 것이 아니다. 중국, 일본, 조선 모두 다루고 있는데 특히  조선의 얼음 사용 방식은 으스스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왕이 죽으면 시신을 흰 비단에 싸서 다섯 달 동안 열린 관에 안치한 장례 의식을 위해 얼음을 사용한 것에서 비롯된 소감이리라.

덧붙여 저자는 오늘날 한국의 김치 냉장고에 대한 내용도 언급하면서 단순한 냉각기가 아닌 발효 맞춤 냉장고로서의 김치 냉장고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는다.

 

독재자로 알려진 체사레가 열병에 걸렸는데, 그 병을 고치기 위해 얼음물통에 들어갔다가 살아남았지만

피부는 모두 벗겨졌다고 하는 이야기는 웬만한 역사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야기가 아닌가.

 

과학 시간에

졸면서 듣고 있었던 이름들-보일, 샤를, 줄 등의 이름이 다시 등장하자

"앗! 이런 낭패가~" 하며 당황했지만

웬걸,

너무 재밌는 이야기들이 술술 쏟아져 나와서

마치 소설 읽듯 훌훌 읽어버렸다.

 

 

냉장고의 원형은 1750년대에 처음 나왔지만 대량 판매가 가능할 정도로 다듬는 데는 거의 170년이나 걸렸다.

과학자들의 특허 등록에 있어 치열한 다툼들도 흥미를 더한다.

얼음의 제왕 자리는 누가 차지하게 될 것인가,를 두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모습들에 초점을 맞추어 읽다 보면

스포츠 경기가 주는 스릴을 뛰어넘는 아슬아슬함이 있다.

 

 

19세기에 들어 미국인들이 얼음을 상업화했는데

처음에는 겨울에 강물에 어는 얼음을 뜯어서 팔다가, 나중에는 기계로 얼린 얼음을 팔았다.

이제는 대중화된 냉장고는 그렇게 수많은 현대의 기술로 탄생하게 되었다.

 



 

 

냉각 기술은 세계를 변화시켰다. 그러면 앞으로는 또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329

 

인공 피부, 항생제, 시험관 아기 등 수많은 현대 기술의 뒤에는 냉장고가 있다.

미래에는 공상 과학에서나 보았던 양자 컴퓨터와 텔리포테이션, 냉동 인간 등을 실현시키기 위해 저온 현상을 쓸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수백 년에 걸쳐 전 세계를 뒤진 끝에 써내려간

[냉장고의 탄생]

 

우리가 미처 몰랐던,

숨겨진 차가움의 세계는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관련도서

냉장고의 탄생
차가움을 달군 사람들의 이야기
차가움을 꿈꾸는 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냉장고의 탄생』은 고대 수메르 문명에서부터 현대를 지나 미래까지 냉장고의 발자취를 추적하고 가늠한다. 이 책은 냉장고의 역사에 관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을 보여준다. 냉장고를 만들기 위해서 인간은 가지고 있던 물질과 자연, 그리고 세계에 대한 관념을 바꾸어야 했고, 열의 본질을 이해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