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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위안] 이제 과학은 위안을 주는 것 curlyclassic2017/05/08 14:21507

고등학생 때 집에서 과학동아를 받아봤었다. 입시 공부 빼면 다 재밌던 시절이었으니 독서실에서 틈틈이 읽는 과학동아가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그때 나에게 과학 동아는 학교를 떠나 요즘 일어나고 있는 과학 연구와 과학계 이슈들을 알 수 있는 즐거운 통로였다. 시간이 흘러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쩌다보니 과학계 소식은 TV 뉴스를 통해 아는 정도가 되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티타임 사이언스>라는 책을 푹 빠져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그 책이  강석기의 과학 카페 시리즈 중에 한 권이었음을 알게되었다. 강석기의 과학카페 시리즈는 2012년 <과학 한잔 하실래요?>를 시작으로 <사이언스 소믈리에>, <과학을 취하다 과학에 취하다>, <사이언스 칵테일>, <티타임 사이언스>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2017년 과학카페 시즌6으로 <과학의 위안>이 출간된 것이다.
 
과학의 위안!
제목부터 심장을 쿵쾅거리게 했다. 맞다. 과학은 때로 위안을 준다.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건강 이슈들을 볼 때, 그러나 그 주장이 상충되어 도무지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 지 모를때. 제품을 구입할 때 좀더 친환경적이거나 실험의 결과가 안정적인 것을 고르고 싶을때. 환경이 파괴되어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막막할때. 나는 과학에 의지하게 된다.
 전 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은 지속적으로 연구를 하고 그 결과를 내고 있으며, 그 결과는 사람들에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된다. 물론 과학 연구 역시 과학자 별로 입장이 대립되기도 하고, 학설과 연구 결과의 해석은 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단지 대중매체에서 보도하여 유행하는 건강 상식에 휘둘리지 않고, 환경과 미래에 대하여 보다 합리적으로 고민하고 대처하게 하는 데에는 과학이 도움이 되준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들이 불필요한 고민과 걱정에 에너지를 쏟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일상을 지낼 수 있게 한다. 또한 과학에 대해 알게되어 그동안 몰랐던 분야의 원리를 알게되고,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화학 분야라던지, DNA구조 등은 일상생활에서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마치 삶의 수수께끼가 한꺼풀 벗겨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과학은 위안을 준다는 말에 동의하고, 책 제목이 탁월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 카페 시리즈별로 목차가 조금 다르지만 크게는 지난 한 해의 과학이슈- 분야별 주목할만한 과학 연구- 부록(그 해에 타계한 과학자들의 업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시리즈인 <과학의 위안>은 8개의 PART로 나뉘어져 있다. 순서는 '1.힐링토픽, 2.논란 유발자들, 3. 과거는 언제나 궁금해, 4.몸과 마음에 들어있는 과학, 5. 우리에게 수학과 물리가 필요한 이유, 6. 이런 것도 화학?, 7. 생물은 언제나 신기해, 8.역사속에서 튀어나온 과학'이다. 그리고 '과학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제목의 부록이 수록되어 있다.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한 노화, 다이어트에 대한 연구부터 외국으로 갈때보다 한국에 와서 시차적응이 더 어려운 이유, 시골새와 도시새를 비교한 연구 등 흥미로운 주제를 많이 볼 수 있다.

 고지방 다이어트과 관련한 에세이도 있었다. PART 2. 논란유발자 중 2-1. 고지방 다이어트 열풍, 한때 바람인가? 라는 제목으로 이를 다뤘다. 작년부터 고지방 다이어트라는 말이 돌면서 삽시간에 언론에서 고지방 다이어트에 대한 효과를 본 사례가 보도되고 있다.  <그레인 브레인>이라는 책을 통해 데이비드 펄머터는 현대인의 식단이 탄수화물 중심인 것을 비판하며 탄수화물을 비율을 줄이고 지방에 비율을 늘려 탄:지:단= 20:60:20 정도로 먹으라는 권하고 있다. 그리고 이 주장의 근거로 과거 인류의 식단을 들며, 구석기 시대까지는 농사를 짓지 않아 고기와 생선 중심의 식생활을 하다가 농사를 짓기 시작하며 탄수화물을 필요 이상으로 섭취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곡물 중심의 식단이 현대인의 장과 뇌의 건강까지도 위협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칼럼은 구석기인들도 식물을 채취하여 섭취하였고, 식물의 덩이줄기 등에 포함된 탄수화물을 많이 먹었으며, 이는 게놈에도 그 흔적이 남아있다고 설명한다. 즉, 탄수화물을 철저하게 줄여야 한다는 고지방 다이어트의 주장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며 극단적인 고지방 식단은 대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육류, 지방, 탄수화물 섭취 등과 관련하여 영양학 전문가들 역시 의견을 일치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한 전문가의 소견을 전적으로 믿어 유행따라 식단을 구성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한편, 식재료 생산을 위해 생선과 가축을 키우는 것은 곡물,채소와 비교하여 온실가스 배출이 현저하게 높다. 서구식단(잡식 식단)이 전 세계적으로 지속된다면 이는 지구의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세계는 지속가능하면서도 건강한 식단을 지향하고자 고심하고 있으며, 채식이나 부분 채식이 일반적인 식단이 된다면 이는 지구와 인간에게도 좋은 식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예상하고 있다.
 고지방 다이어트로 시작에 앞으로 우리가 가져야 할 식단에 대한 자세를 다룬 이 에세이는 무척 흥미로웠다.  매스컴에 나오기만 하면 휩쓸려 좇는 건강상식을 보다 객관적으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단지 개인의 건강만을 위한 식단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에게도 좋은 식단을 고민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닌가 싶다. 다만, 다소 혼돈이 되었던 것은 '서구식단'이라는 단어였다. 논문에는 잡식 식단이라고 되어있는 것을 저자가 서구식단으로 번역하신 것 같은데, 서구식단이라 하면 육류 중심의 식단인지, 탄수화물 중심의 식단인지, 혹은 이 둘의 비율이 1:1이라는 것인지, 아니면  말 그대로 서양인의 식단이라는 것인지 그 정의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아시아인의 식단은 여기에 포함이 안되는 것인가??). 잡식식단이라 해도, 그 식단이 환경에 무리를 주고있다는 논지로 쓰여있었으므로, 식단의 종류별 정의가 서술되었다면 더욱 분명하게 이해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PART 8. 역사책 속에서 튀어나온 과학'에서는 역사속 에 있던 과학자들을 다시 만나볼 수 있어 반가웠다. 우성, 열성, 분리의 법칙, 독립의 법칙 등 과학시간에 줄기차게 보았던 멘델의 유전학이, 시간이 지나 유전자 결정론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 그의 연구 데이터가 너무 정확하여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으로 천대받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의 업적을 변호하는 입장에서 에세이를 썼는데,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학문의 발전됨에 따라 지난 연구의 결과가 뒤집히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발판 없이 어떻게 새로운 연구가 나온단 말인가?
 그리고 스코틀랜드 10파운드 지폐의 인물로 선정되었다는 메리 소머빌의 이야기도 실려있었다. 메리 소머빌은 1780년 생으로 당시 여성에게 교육하는 것을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시대였기에 10살까지 글도 읽지 못하는 상태로 방치되기도 하였으며, 공부하는 것을 막는 친척들 때문에 어린시절 밤에 몰래 책을 읽으며 공부해야 했다. 그녀는 뒤늦게 학자들과 교류하게 되어 수학과 천문학에 관련된 논문과 서적을 많이 썼다. 전혀 몰랐던 이름이지만 훌륭한 여성 천문학자를 한 명 알게되어 기뻤다. 그리고 그녀가 어려운 시대 환경에서도 학문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고 멋진 글들을 남겨주신 것, 그리고 그녀의 업적을 기리는 스코틀랜드의 사람들의 모습이 감명깊었다.
 또한 핵무기 개발과 관련되어 보어와 하이젠베르크 간의 마찰에 대해 다룬 8-5 에세이도 매우 흥미로웠다. 나치 정권을 돕기위해 핵무기 개발에 관여했다는 하이젠베르크와 한때 그와 깊은 우정을 나누었으나 전쟁으로 인해 사이가 틀어진 보어의 이야기이다. 하이젠베르크를 변호하는 관점에서 나온 글에 반박하며 보어의 부치지 않은 편지(열받아서 썼다가 한때 친했던 벗에게 심한것 같아 보내지는 않은 것이다) 도 나와있다. 후대 사람이 진실을 100퍼센트 알수는 없지만, 그들의 말과 남긴 글을 통해 어느 정도 유추할 수는 있다. 과학자의 윤리와 도덕성을 생각하게 하는 에세이였다. 예전에는 '과학의 가치중립성'이라는 말을 그러려니..하고 넘겼다면 이제는 과학이 '가치지향성'을 지닌다고 생각한다. 과학자들은 유전과 우주의 법칙을 알아내는 것처럼, 혹은 세상의 세상을 규명하고자 혹은 세상을 더 좋게 만들고자 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연구하는 것이 그들의 소명이 아닐까.

 과학과 관련된 연간 이슈를 모아서 알고 싶다면, 언젠가 과학 동아를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다면 <과학의 위안>을 정말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실제로 이 책은 저자가 동아사이언스지에 기고한 글들을 추리고 모아서 낸 책이라고 한다.) 또한 과학에 대해 풍부한 배경지식이 없더라고 뉴스에 나오는 용어, 학창시절에 귓가 너머로 들은 단어들을 떠올리는 정도 만으로도 이 책을 즐길 수 있다. 간혹 어려운 개념이 나와 이해가 가지 않으면 그런게 있나보다 하고 넘어가면 그만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며 과학 상식을 넓히고 지적 만족감과 위안을 얻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관련도서

과학의 위안
강석기의 과학카페 Season 6
5년 연속 우수과학도서 선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 “강석기의 과학카페” 시리즈, 그 여섯 번째 책. 최근 과학계에 어떤 이슈들이 있었는지 평소에 궁금증을 갖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책은 독자 본인이, 혹은 주변인이 한번쯤 겪었을 법한 평이한 경험에서도 과학이야기를 풀어내기에 과학계의 최신 이슈를 쉽게 접할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