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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은? [생존의 조건] eunbi2017/08/11 18:52304

급박하다. 이 한반도에서 곧 전쟁이라도 터질 것 같은 말의 성찬... 트럼프 대통령의 "일찍이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도 이젠 빈말이 아닐 듯한데, 거기에 맞서 미국령 괌에 포위사격 위협을 하는 북한의 무대포 발언도 위기감을 부추긴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목소리만 높이다가 잘 협상되겠거니~ 하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지만, 초강경 발언을 주고받는 모양새가 실제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현실적 걱정이 앞서는 오늘이다.

북핵으로 촉발된 이런 수상하고 험난한 시절에, 대한민국호가 순항하기 위한 생존의 조건은 어떤 것일까?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이 고전이다. 박고통금(博古通今)이라하여 옛것을 널리 알면 오늘에도 통한다고 하였다. 특히 절망이 지배하던 세상, 그리하여 백화쟁명(百花爭鳴)이 만발한 춘추전국 시대의 외교정책들은 오랜 세월을 넘어 우리에게 이런 난국 해결의 모티브를 제공해 준다. 마침 적절한 책이 출간되어 읽어보았는데...

<생존의 조건: 절망을 이기는 철학>은 2017년 신년특집으로 방영된 EBS 다큐프라임 [절망을 이기는 철학 - 제자백가]를 기반으로 엮은 책이다. 그 내용은 차치하고 무엇보다 글의 전개가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전쟁의 시기는 1%의 승리자를 제외하곤 99%가 암담한 현실에 부닥치게 된다. 공자와 묵자, 장자와 한비자 같은 이들은 이런 절망을 외면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의 삶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통해 철학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믿음을 상실한 시대에 인간의 신뢰를 설파하는 유가(儒家), 싸우는 평화주의자들 묵가(墨家), 진정한 지혜의 샘물 같은 도가(道家), 인간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지금! 당장!'의 정신이 돋보이는 법가(法家)... 주옥처럼 펼쳐지는 이들의 사상 그 어느 하나 소홀히 대할 수 없는 거지만, 이 책에서는 묵자와 한비자의 주장이 크게 와 닿았다.(물론 이 책 이전에 이들의 철학을 접하기도 하였고...) 아마도 북핵을 둘러싼 전쟁위기론과 탄핵 이후의 정치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묵자(墨子)에 방점을 찍은 이유는 현 문대통령의 정치철학이 묵자의 지향점과 닮아 보이기 때문이다. 문통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겐 아주 단순하게 "그럼 전쟁하자는 거냐?"고 묻고 싶다. 바로 이점에서 묵자의 사상은 아주 대단하다. 묵자의 핵심 사상은 비공(非攻)과 겸애(兼愛)이다. 비공이란 무조건 전쟁을 안 한다는 것이 아니다. 묵자는 애초에 전쟁 자체를 부인한 것이 아니라 방어를 위한 전쟁은 적극적으로 인정한 전투적 평화주의, 즉 싸우는 평화주의자였다.

춘추전국시대의 어떤 사상가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전쟁을 반대하고 절실히 평화를 추구했던 묵자와 그의 제자들. 그는 전쟁을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실질적인 대책을 완비한 다음에 행동했다. 그는 반전주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방어용 무기를 엄청 많이 개발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도주하는 적일지라도 끝까지 추격해서 끝장을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이 보인다. 우리가 가진 패가 비공이되 전쟁이 일어난다면 적의 공격 능력을 확실하게 말살하여야 한다는 강렬한 실천성 아니겠는가! 

우리 모두 현실주의자가 되자는 한비자의 법가도 작금의 한국 상황에 딱 들어맞는다. 현실을 회피하거나 현실과 타협하는 현실순응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현실에 가장 적극적으로 맞서서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것이 현실주의인 것이다. 옛것에 집착하는 유교의 상고주의(尙古主義)에 대립되는 한비자의 철학은 보통사람을 전제로 한다는 점과 상위즉책망 자위즉사행(相爲則責望 自爲則事行)이라하여 개인의 이기적 행동이 일을 잘 진행시킨다는 내용이 인상 깊었다. 여기서 아담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겹쳐지기도 하고...

이기적인 인간의 속성을 고치지 않고 '지금 있는 그대로의 인간'을 이용한다는 한비자 철학의 핵심은 필연적으로 '통제 가능'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여기에서 법가는 '법은 태양처럼 분명해야하고 뜨거워야 하며, 공평해야하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고 그 명백함과 엄격함의 원칙을 내어 놓는다. 유전무죄나 내로남불, 기득권을 위한 엿가락 잣대 등 인간성의 어두운 면에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그 어둠을 이용하는 '현실주의자의 결기'가 오늘에도 빛을 발한다.

<생존의 조건>... 상당히 느낌 좋은 독서였다. 자구에 얽매이는 고전 전문가에겐 조금 부족해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옛 것을 빌어 지금의 문제를 인식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해 보는 철학의 시간으로 보면 참으로 읽어볼만한 유려함을 내포하고 있다. 한반도의 긴장 때문에 묵자와 한비자를 중심으로 이 책을 읽은 소회를 풀어봤지만 공맹과 장자의 이야기는 풍부한 예를 중심으로 풀어내는지라 훨씬 더 재미있었다. 공자와 맹자, 장자의 철학은 언제 어느 책을 읽어도 삶에 대한 지혜와 혜안을 배우게 된다.

어쨌거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절망을 이겨내는 것은 희망이 아니라 '용기'라고 말한다. 용기는 절망의 밑바닥에서 치솟는 거란다. 용기야말로 힘든 상황을 견뎌낼 것이라는 자기 확신이요 인간의 긍지인 것이다. 우리 모두 용기를 내자... 이번 북핵 위기도 불안해 하기보단 용기로 극복해 내야 한다...
"절망보다는 용기를, 죽음보다는 삶을."...

관련도서

생존의 조건
절망을 이기는 철학
전작인 『강자의 조건』을 통해 서양 세계사에서 강자로 거듭난 국가들의 비결을 전했던 저자가, 이번에는 『생존의 조건』을 통해 동양 철학에서 난세의 철학가들이 강조했던 처세의 지혜를 전해준다. 짐승의 시대를 이겨낸 제자백가의 생존 철학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