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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_ 우리가 미처 몰랐던 똥 이야기 hjh8s2017/12/06 11:3527

곤충학자가 들려주는 흥미진진한 똥의 생태계!
모두가 쉬쉬했던 경이로운 똥의 생태학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다! 

  연암 박지원의 소설 <예덕선생전>에는 사람과 동물을 배설물을 처리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이가 등장한다. 일명 '똥장수'라 불렸는데, 직접 거름지게를 이고 돌아다니며 배설물을 쓸어 담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직업의 특성상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더럽고 천하다고 손가락질 받곤 했지만, 한양에 괜찮은 집 하나 정도를 살 수 있을 만큼 높은 연수입을 올렸다고 하니 그만큼 귀한 직업임에는 틀림없었던 것 같다. 놀랍게도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직업은 실제 존재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눈앞에서 배설물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배변을 처리하는 문제에 대한 인류의 오랜 숙제는 관심에서 한참 멀어지고 말았지만, 여전히 이 부분은 생태계의 순환과 진화를 결정하는 매우 중대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결코 소외될 수 없다. 이를 상기시키는 흥미로운 책이 출간되어 흥미를 끈다. 바로 모두가 쉬쉬하던 똥 이야기, <버려진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이다.

신비롭고 흥미로운 똥의 생태학

  곤충 사나이라는 별명을 지닌 영국의 저명한 곤충학자, 리처드 존스가 집필하여 완성한 <버려진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는 '똥'을 주제로 한 '똥의 생태학'에 관한 교양 과학 도서이다. 10살 무렵 창턱에서 튼실한 다리와 강한 곤봉모양의 더듬이가 달려있는 빨간다리똥풍뎅이를 발견한 이후 그는 썩어가는 유기물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곤충들에 매혹을 느끼고 이를 통해 '똥'이 보내는 생태계의 메시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똥이란 배설이라는 행위의 사소한 결과물에 지나지 않지만, 파리와 딱정벌레를 비롯하여 똥을 재활용하는 다른 동물들이 그곳을 오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생태계의 순환과 진화라는 커다란 그림이 그려지게 되는 것이었다.

  책은 사람을 비롯하여 각종 동물들이 어떤 소화과정을 통해 똥을 생산하는지, 어떻게 오물을 처리는 방법을 개선해왔고 또 어떻게 재활용했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더불어 저자가 가장 애정을 드러내는 똥딱정벌레는 물론, 다양한 방식으로 똥을 이용하는 여러 딱정벌레와 파리 및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생물들을 관찰한다. 마지막으로 종에 따라 다른 똥의 형태와 특징, 똥과 관련된 곤충 도감, 분변학 용어까지 수록되어 있어 마치 '똥'에 관한 백과사전 한 권을 들여다보는 알찬 재미까지 얻을 수 있다.

배설하는 똥은 화학물질과 섬유질의 구성이 상대적으로 비슷하지만, 수분함량과 크기는 각 종의 진화사와 개체의 생태환경에 따라 다르다. / 37p

  앞서 소개했듯 책의 전반부에서는 인체는 물론 소, 말, 토끼 등의 동물들이 신체의 여러 기관과 효소들이 얼마나 능동적이고 유기적이며 복합적인 작용을 거친 끝에 똥이라는 배설물을 몸에서 내보내는지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특히 각 종의 진화사와 개체의 생태환경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똥의 성질과 형태를 비교한 점이 매우 흥미롭다. 이를 테면 대개 육식동물은 겉으로 보이는 몸집을 고려했을 때 초식동물 보다 장이 훨씬 짧다. 초식동물은 셀룰로오스처럼 화학적으로 질긴 식물섬유를 소화시키기 위해 긴 소화과정이 필요하지만 육식동물은 그렇지 않다. 고기를 소화시킬 때는 채소를 소화시킬 때보다 시간과 에너지가 훨씬 덜 들어가기 때문이다.

  사람의 대변과 소똥이 같은 75%의 수분함량을 지니고 있음에도 사람의 경우 섬유질을 거의 소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섬유질이 우리의 대변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반면, 소는 박테리아 효소를 저장하고 있는 위에서 섬유질을 더 잘게 부수고, 반고체상태보다는 더 유동적인 상태에서 밖으로 배출됨으로써 좀 더 질척이는 형태를 띤다는 차이점을 보인다. 한편 약 72%의 수분을 지닌 말똥의 경우, 말이 되새김질을 하지 않고 소화를 늦게 시작하기 때문에 더 복잡하게 얽힌 섬유질이 대변에 섞여 나옴으로써 약간 더 건조한 형태를 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말은 소장과 대장의 경계에 있는 주머니인 맹장에서 발효가 일어나는데, 풀이 주식이 아닌 사람의 경우 맹장이 줄어들어 부록처럼 변했지만 말의 경우 맹장은 소화과정에서 원래의 목적을 충실하게 수행하며 그 크기도 1미터 가량이나 된다고 한다. 저자가 상세히 설명한 이 기록들은 비록 사소해 보이는 차이가, 배설물 배출이라는 이 자연스러운 행위가 어쩌면 저마다 필요한 기능을 강화화고 불필요한 기능을 축소하여 진화를 거듭해온 생태학에 있어 사실은 매우 중요하고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지해주는 대목이어서 인상 깊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똥이 이미 그 자체로 유용한 천연 자원이자 매우 높은 수준의 이용 가능한 영양분이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코끼리 똥은 건드리지 않은 섬유소나 다름이 없는데, 중앙아프리카에 사는 시타퉁가라는 늪영양은 코끼리 똥에 들어있는 씨앗과 씹어놓은 목초에서도 필요한 영양분의 상당부분을 얻는다고 한다. 개코원숭이와 새들도 마찬가지인데, 이들은 코끼리 똥으로부터 씨앗과 소화되지 않은 귀리를 찾고 수확개미는 꼬리감는원숭이의 대변에서 과일씨앗을 꺼내며, 가시주머니생쥐는 소똥과 말똥에서 씨앗을 골라낸다. 이는 씨앗이 뿔뿔이 흩어지고 묘목이 더 멀리 분산됨으로써 서로간의 눈에 띄는 경쟁을 희석시키고 미래의 유전자 다양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똥은 생태계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원활한 거름 시장 형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잘 썩은 말똥은 버섯 재배업자들에게 버섯을 배양하는 판으로도 인기가 많고, 양계농장에서 나오는 수 톤의 닭똥은 작은 알갱이로 뭉친 다음 가정용 비료로 판매된다. 한때 조류의 배설물로 만들어진 조분석 섬과 조분석의 양이 상당하기로 유명한 아타카마 사막을 사이에 두고 이를 쟁취하기 위해 국가 간에 전쟁까지 벌인 역사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심지어 커피콩을 먹은 사향고양이의 똥을 볶고 갈아서 만든 커피도 그 맛이 좋다고 하지 않는가. 늘 기생충과 질병, 위생 문제만을 떠올리게 되는 똥이 이제는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할 존재에 그치지 않기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임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사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똥이 얼마나 생태계의 놀라운 신비를 품고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이를 둘러싼 다양한 생물들을 꽤 사실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한 데에 있다. 쉽게 말하자면 똥에 사는 동물과 똥을 먹는 동물들을 기록한 것인데, 매우 정밀한 자연 다큐 여러 편을 감상한 듯한 기분이 들 정도이다. 주로 파리목, 딱정벌레목, 나비목(나비와 나방), 바퀴목(흰개미와 바퀴벌레), 벌목(말벌과 개미), 꼽등이와 지네, 민달팽이, 지렁이와 같은 무척추동물, 이른바 똥개라 흔히 부르는 개속, 오소리, 이집트대머리독수리 등이 등장한다.

  그중 똥딱정벌레를 향한 저자의 애정은 남다르다. 이 책은 거의 똥딱정벌레 관찰 도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그도 그럴 것이 똥을 굴리는 똥딱정벌레는 곤충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환상적인 행동 중 일부를 보여준다. 여기에 영감을 받은 고대 이집트 사람들이 이를 신성시여기며 숭배했고, 기묘한 동물신이 지배하는 복잡한 사후세계의 체계 속에 이 곤충을 포함시켰다. 영원히 언덕 위로 바위를 굴려 올라가야 하는 형벌을 제우스로부터 받은 에피아의 왕 시지포스는, 긴 다리를 갖고 있는 경단형 딱정벌레에게 자신의 이름을 주기까지 했다. 구멍을 파고, 땅굴을 뚫고, 똥을 묻고, 똥 경단을 다루는 의욕 넘치고 친절하며 철저히 계산된 듯한 행동을 보여주는 이들의 모습은 때로는 똥의 존재를 잊을 정도로 복잡하고 우월한 생태학의 신비를 몸소 우아하게 펼쳐 보인다.

모든 것은 건축의 결실과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자손의 수라는 번식 보상과 관련이 있다. / 167p 

새끼의 몸 크기와 수컷일 경우 뿔의 길이는 유충 시절의 영양 상태를 나타내는 좋은 척도로 사용할 수 있는데, 혼자 일을 할 경우 매우 큰 암컷만 멋지고 뿔이 달린 '우월한' 아들을 기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컷이 도와준다면 심지어 가장 작은 어머니조차 '우월한' 아들을 기를 수 있었다…(중략)…수컷이 돕는다고 해서 새끼의 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며, 증가하는 것은 새끼의 크기와 힘이다. 또 적응도를 높일 수 있는데, 적응도란 다음 세대로 넘길 수 있는 유전자의 최대치를 다윈주의 용어로 표현한 것이다. / 172p

  그간 쉽고 재미있는 교양 과학 도서를 전문으로 출간하는 출판사 MID에서 이번에는 '똥'을 주제로 한 도서가 나왔다기에 냉큼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자신의 몸속에서 나오는 똥을 신기하게 여기고, 동화책에 등장하는 똥을 집중해서 보는 아들 녀석 때문에 더 관심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이 책을 읽고 나서 아들에게 동물마다 똥의 형태가 왜 저마다 다른지, 똥이 사실은 더럽고 추한 것이 아니라 굉장히 중요한 자원임을 설명해줄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아주 유용한 독서가 된 듯하다. 이 책을 접하려는 이들에게 권하기를, 처음에는 주제 자체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으나 읽다보면 생태계의 아름다운 순환과 재순환의 신비에 매료될 것이라고 감히 자부하며 추천해본다. 아, 길거리에 있는 어느 동물의 배설물이 이젠 예사롭지 않게 보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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