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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삶의 순환같은 것이다’ - 딱정벌레를 좋아하는 한 곤충학자의 ‘따끈따끈’ 똥이야기 nykino2017/12/10 08:52213

이번에는 40년 이상 똥을 찾아다닌 영국의 한 곤충학자의 ‘똥’이야기가 모여있는 책으로 시작한다. 우리 주위의 아이들 중에는 ‘똥’을 이야기하면 ‘눈을 반짝이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기대하거나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이 있다. ‘똥’은 동물들의 대사배설물이라고 볼 수 있기에, 지구 상의 모든 존재의 삶에 필수불가결한 구성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보여주는 호기심어린 반응은 사실 저자인 리처드 존스의 표현대로 우리의 본능적인 혐오감과 무지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른들이라고 별반 다를 것은 없어보인다. 배설물에 대한 성인들의 혐오감과 무지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버려진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는 한 마디로 ‘똥을 둘러싼 생태 이야기’쯤으로 표현해 볼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크게 세 부분으로 구분해본다. (1) 우선 저자는 똥에 관한 생물학적인 지식들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인분을 비롯하여 여러 동물의 배설물에 얽힌 과학 뿐만 아니라 헤라클레스의 신화에 등장하는 소똥이야기를 비롯하여, 역사적인 사실(배설물 처리 및 동물의 배설물 용도 등)들을 폭넚고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2) 뒤이어 저자는 ‘똥’에 보다 집중하여, 똥생태계를 소개한다. 곤충학자로서 자연스레 이 ‘따끈따끈(?)’한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인 곤충인 똥딱정벌레를 비롯하여 똥파리, 반날개, 나비, 구더기 등이 등장하고 있다. (3) 책의 후반으로 가면서 앞서 소개한 개체들이 환경과 맺는 관계를 노련한 생물학자의 시선으로 보다 폭넓게 조망하고 있다. 곧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이러한 똥생태계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집중하며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똥딱정벌레에 대한 곤충학자의 애정】


“내 책에 등장하는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곤충은 공식적으로 신비쇠똥구리이다.”(242면)

신비쇠똥구리에 대한 저자의 언급으로 시작한 이유는 책의 전반을 통해 단순히 곤충학자로서를 넘어선 대상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똥에 의존하는 다양한 동물 중에 똥딱정벌레는 생존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중요한 존재라고 저자는 소개한다. 소년 시절부터 똥이 있는 곳을 찾아 다니며, 똥을 발견하면 관찰하고 파헤치기를 40년 넘게 한 이 곤충학자에게도 특별히 애정이 가는 대상이 바로 똥딱정벌레류인 것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 방목용 목초지였던 집주변을 식물학자였던 아버지와 자주 저녁 산책을 하며, 주변을 탐사하고 다녔다. 어린 시절의 기억 중에서 저자는 엄청난 수의 금풍뎅이를 발견했던 일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공중으로 날아오른 녀석은 내 손바닥에서 이륙하는 작은 헬리콥터 같았고, 나는 내 피부에 닿았던 바람의 추억을 지금도 대부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녀석들이 날아가며 남긴, 부드럽게 붕붕대는 음이 내 두뇌 뒷부분 어딘가에 있다. 어린 시절의 어느 여름 저녁이 남긴, 축복받은 추억의 소리이다.”(259면)

저자가 본격적으로 딱정벌레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성인이 된 한참 후의 일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 딱정벌레가 곤충학자인 리처드 존스의 삶에서 떨어져본 적은 없어 보인다.


 저자에 의하면 똥딱정벌레는 ‘소똥구리과, 금풍뎅이과, 똥풍뎅이과에 속하는’ 엄청나게 다양한 곤충으로 9,000-10,000종 정도가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많고 다양한 종류의 딱정벌레가 지구 생태계에서 번성한 이유가 무엇일까가 문득 궁금해진다. 수많은 종류의 딱정벌레 사례는 사실 진화론적 세계관과 창조론적 세계관의 논쟁에서 등장하기도 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창조론적 세계관에 대한 진화론적 세계관의 비판 중 하나는 신이 이 세계의 모든 것을 창조했다면, 이렇게 다양한 딱정벌레를 설계하신 신의 의도가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물론 이 ‘신’의 성격에 대한 보다 복잡한 논의는 고민하지 않겠지만, 여기서 비판이 되는 ‘신’은 스피노자의 자연의 법칙 내지 섭리로서의 ‘신적 질서’를 의미하기 보다는 ‘의인화된 기독교적 신’을 대상으로 제한해서 말이다.
 


숭배의 대상으로서 저자가 애정을 갖고 바라보는 딱정벌레류 중 소똥구리는 사실 기원전 2000년 전 고대 이집트 왕국 시대에 이미 숭배 및 애호의 대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흥미로운 것은 당시 이집트 사회에서 소똥구리는 부적과 목걸이, 브로치 등의 장신구에도 널리 사용되었다고 하는 점이다. 책에는 다양한 딱정벌레를 비롯한 생물체의 그림이 담겨있는데, 나는 그 중에서도 대영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고대 이집트의 1.5미터, 높이 1미터짜리 거대한 진왕소똥구리 석상 (<그림29>, 247면)에 주목해본다. 전에 어디에선가 이와 비슷한 그림을 본 적이 있다. 사실 당시에는 이 문양이 후대인들이 고대 이집트의 문양을 빌려 디자인한 그림이 아닐까하는 생각만 잠깐 한 적이 있었는데, 저자에 의하면 이 석상은 기원전 330 무렵에 만들어진 진품이라고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이 소똥구리는 당시 고대 이집트 인들에게 숭배의 대상이었다는 놀라운 사실과 함께 말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이 검정색 소똥구리가 경외의 대상이었던 이유에 대해 저자는 그 실마리를 조바심내는 독자들에게 바로 알려주지 않고, 후반에 슬며시 공개한다.

“작물과 수확의 계절성에 따른 삶의 순환, 풀의 성장과 방목용 목초지, 또는 하늘을 굴러가는 태양의 신비스러운 일주기를 고대 이집트인들이 소똥구리와 연관지었든 아니든, 그들은 소똥구리에게 감탄하고 박수를 보냈다.”(318면)
 

아울러 자신의 몸무게에 비해 50배나 무거운 ‘똥 경단’을 나르는 이 장사들은 고대 이집트 인들에게 ‘정력’의 화신으로 보였던 것일까? 아니면 주거형 딱정벌레와 같이 ‘똥 경단’을 땅에 묻고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고 돌보던 똥딱정벌레류처럼 땅 속에서 엄청난 힘으로 지표면을 뚫고 나오는 모습을 통해 ‘사자의 귀환’ 내지는 ‘불멸의 존재’의 모습을 보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고대 이집트 인들은 보다 자연의 일부로서 똥을 둘러싼 생태계, 그리고 소똥구리의 생태에 보다 밀접한 관찰과 지식을 소유하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저자가 인정하듯 똥파리를 비롯하여 기타 똥에 의존하는 생물체들과 같이 똥딱정벌레들은 진정한 ‘똥장인’의 주요 구성원인 것이다.



【똥으로 덮힌 ‘침묵의 봄’을 맞지 않기 위하여】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똥과 똥의 주민들에게 충분한 관심을 갖게 된다면, 아직도 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새롭고 신나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278면)

저자의 이 말을 통해 저자가 연구하는 대상에 대한 애정과 흥분이 충분히 전달될 정도다. 또한 ‘똥과 똥의 주민들’은 결국 개체들과 환경에 대한 관계를 의미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저자의 생태학적 관심을 드러내주고 있는 부분이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똥과 똥의 주민’에 대한 생물학적 지식만을 전달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보다 폭넓은 관점에서 개체와 환경사이의 관계에 주목하고,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똥의 주민에게 ‘똥’은 하나의 환경이지만 결국 이 똥은 대지에 속해있다. 저자는 우리가 발을 딛고 서있는 이 환경으로서의 대지 그 중에서도 ‘흙’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한다.

“어떤 시점이 되면 똥과 흙의 경계는 완전히 흐려진다. 부엽토는 썩어가는 유기물의 잔해를 끊임없이 휘저은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데, 어쨋거나 지렁이는 여기에 등장한다. (…) 가축이 풀을 잘 뜯는 들판에서는 똥에서 흙으로 변하는 정도를 감지하기 어렵다. 흙이 똥을 포함한다. 똥은 흙이다.”(294면)

곧 흙은 우리가 쉽게 발견하는 동식물 생태계의 기반이되는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나아가 저자는 이런 생태계를 인간이 본의아니게 교란할 수 있고, 그 결과는 상당히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다.


이러한 개체-환경과의 생태관계를 교란한 사레를 저자는 역사에서 다시 소환한다. 때는1700년대 말에서 1800년대 초에 걸쳐 영국에서 추방된 영국죄수들이 호주에 거주하기 시작했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데려온 소들의 배설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똥딱정벌레가 없어서 목초지가 똥으로 덮히는 재앙이 될뻔한 사례를 언급한다. ‘호주 똥딱정벌레 프로젝트’라고 불렸던 이 계획은 결국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소들의 배설물을 처리할 수 있는 ‘똥장인’을 도입하는 과제였던 것이다. 이 사례는 외래종의 도입에 따른 토종 생물들의 멸종위기와 같은 경각심을 다시금 일깨워주며, 우리가 현재 보유하고 누리고 있는 이 생물권의 자원을 잘 돌보고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해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나아가 저자는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에서 DDT의 교훈을 통해 우리에게 경고했듯, 가축들에게 투입되는 항기생충제 이버멕틴의 사례나 그밖의 화학약품들에 대한 경고를 여러 페이지에 걸쳐 놓치지 않고 있다. 결국 가축들의 기생충을 없앤다는 명목으로 투입되는 기생충약으로 가축 체내의 기생충을 제거할 수 있을 지언정, 이러한 화학약품들은 거의 변하지 않고 체외로 배설물과 배출되어 똥에 의지하고 살아가는 똥생태계를 크게 교란시키고,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음에 저자는 경종을 울리고 있다. 항기생충제 이버맥틴의 경우만 보더라도, 결국 독이 든 똥을 배출함으로써 똥딱정벌레의 성체 및 유충의 행동을 크게 변화시키거나, 개체를 감소시켜 똥의 분해가 다시금 지연되는 등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1800년대에 호주의 목초지가 똥으로 덮힐 뻔한 것처럼, 똥딱정벌레에 의해 똥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언제든 똥으로 뒤덮힌 ‘침묵의 봄’은 다시금 우리를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또 화학약품에 의한 생태계 교란과 더불어 오늘날 인간에 의해 진행되어온 여러 포유류의 멸종은 또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여러 거대 포유류의 멸종에는 그 배설물에 의존하는 수많은 똥생태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게 된다. 현재 아프리카의 똥딱정벌레들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는 이유도 사실 거대 포유류의 멸종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이렇게 똥딱정벌레들의 앞날이 어두운 것은 사실 ‘사람이 파괴한 진짜 결과이다’(348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자신이 특히 애정을 갖고있는 딱정벌레들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다.
 


“특히 딱정벌레가 보여주는 창을 들여다봄으로써 우리 인간도 일부를 이루고 있는 생태계가 어떻게 작동하고 실패하는지 알 수 있다. 딱정벌레들은 환경이 얼마나 건강한지 알려주는 지표이자, 생태계의 회복력을 측정하는 척도이면서 생물권에 다가오는 재앙에 대한 조기경보 시스템이다. 우리는 딱정벌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며 특히 똥딱정벌레는 자세히 관찰할 가치가 있다.”(349면)

 

【버려진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 - 정리】

저자 리처드 존스의 평생에 걸친 연구와 애정이 담긴 이 책을 읽으면 우리가 아는 똥이 ‘그 똥’이 아닌 ‘똥’을 새롭게 바라보게 해준다. 목초지 혹은 목장에서 소똥을 발견한다면, 언젠간 나도 이 똥을 좀더 바라보고 관찰하고 파헤쳐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여기에서 금빛의, 혹은 청록색의 풍뎅이나 소똥구리를 발결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지고 말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똥을 이용하는 자연계의 섭리와 지혜를 새롭게 바라보게 해주고 있고, 이 ‘버려진 것은 결국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관점을 나뿐만 아니라 다른 독자들도 얻게 되리라 확신한다. 저자의 ‘흙은 똥이다’라는 표현처럼 결국 ‘똥은 우리다’라고까지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거부감을 느낄 사람이 있겠지만 나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가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고, 잇닿아 있다는 관점에서 표현한 말이다. 어쩌면 산업혁명 이후 우리를 둘러싼 환경, 곧 자연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소외시키기 시작한 이래로 우리의 자연에 대한 무지는 심해지고, 지구에 대한 우리의 책임은 더욱 무뎌지고 있는 형국이다. 기원전 2000년 전 소똥구리를 숭배했던 고대 이집트인들이 알고 있던 것보다 월등한 지식을 소유한 우리이지만, 어쩌면 우리는 자연에 대한 우리의 애정과 이해는 이들보다 더 형편없을지도 모르겠다. 똥은 단순히 배출되어 비료로서 자연계에 역할을 하는 것을 넘어 이후의 새로운 생명활동에 관여하는 중요한 자원이기도 하다. 이 ‘버려진 것’에 의존하는 똥딱정벌레의 사례에서 충분히 볼 수 있듯이 똥에서 새로운 먹이 사슬이 발생하고 자연의 순환과정은  이어진다. 여기에 우리는 고대 이집트인들의 지혜를 좀더 배워야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통해 똥과 똥딱정벌레로 대표되는 환경과 개체와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선은 나아가 새로운 생태학적 시각을 넓히고 우리의 삶을 지켜나가는데 중요한 지침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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