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코너

여러분의 서평을 남겨 주세요.

맛과 정성의 건강음식 「한국의 전통과자」 yolleep2015/02/21 18:22694

어린 시절부터 밥보다 주전부리를 더 좋아했다. 그 입맛은 어른이 되어도 고쳐지질 않아 지금도 심심할 때면 늘 단 음식을 찾는다. 배불리 밥을 먹었어도 달콤한 디저트와 커피로 마무리를 해야만 식사가 끝났다는 포만감과 심리적인 안정이 생긴다고 할까. 군것질 마니아로서 케이크나 쿠키 같은 서양과자는 물론 한과 또한 무척 좋아하지만 요즘에는 제삿날이나 선물 받았을 때에야 먹게 되면서 점점 없어 못 먹는 음식이 되어버렸다. 얼마 전 집에 놀러 오신 이모가 가져 오신 유과를 먹으며 시중에서 파는 과자들과 달리 질리지도 않고 속도 편한 것이 새삼 맛있다고 느끼고 있을 무렵 한과명인 김규흔님의「한국의 전통과자」라는 책을 추천받고 문득 한과에 대한 호기심이 무럭무럭 솟아올랐다. 사실 한과가 그렇게 종류도 많고 사용하는 재료도 다양하다는 건 어렴풋하게 밖에 몰랐었는데 소홀해져가는 우리 전통 음식을 알게 되는 기회라 생각하니 이 책을 만난 것이 무척 반가운 마음이었다.

어렸을 때는 엄마가 간식을 자주 만들어주셨다. 도넛, 핫케이크, 프렌치토스트 같은 서양음식도 좋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매작과다. 우리 집에서는 타래과라 불렀는데 원래는 매작과라는 걸 이제야 책을 보고 제대로 이름을 알게 되었지만. 명칭이야 어찌 되었든 엄마가 밀가루 반죽을 밀어 네모나게 자르고 가운데 칼집을 내어 주면 뒤집어 꽈배기 모양을 만드는 일은 내 차지였다. 그 때는 도넛 반죽의 구멍을 뚫고 매작과 반죽을 뒤집는 등의 모양을 만드는 일이 정말이지 재미있었다. 밀가루 반죽 특유의 냄새가 얼마나 좋았는지 코를 킁킁대고 맡아가며 모양낸 매작과 반죽을 하나하나 기름에 넣으면 노르스름하고 통통하게 튀겨지면서 집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냄새에 침을 꼴깍 삼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손님상에나 올리던 음식이라 무척이나 먹고 싶었던 곶감쌈도. 호두를 제 모양 그대로 살려 속껍질을 제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옆에서 거든답시고 만지작거리다 부서지면 내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반. 차라리 하지 말라고 구박을 받으면서도 터질 듯 통통해지는 곶감 모양이 신기해 질리지도 않고 옆에서 구경을 하던 생각이 난다. 조심스럽게 만들어야하는 음식이어서인지 더욱 귀하게 느껴지던 곶감쌈은 맛도 있었지만 썰어놓으면 곶감 속에 박힌 호두가 마치 활짝 핀 꽃처럼 모습을 드러내 먹기 아까울 정도로 모양도 예뻤다. 책을 읽는 동안 그리운 옛 추억이 떠올라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토록 정성과 손이 많이 가는 한과 문화를 이어가고 있는 명인을 존경하게 된 건 단지 한과를 잘 만든다는 기술적인 면만이 아니라 성실함을 근간으로 하는 도전 정신 때문이다. 한과공장에 합류하고 가게를 차리며 명장의 위치에 오르기까지의 에피소드에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여러 가지 일들이 떠오르며 이런저런 공감이 가는 한편으로 쉽게 포기해버리는 자신에 대한 반성을 많이 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거래처를 뚫지 못해 조바심을 내던 시절에도 적극적이지 못했던 나,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고 인정을 받게 되자 올챙이 시절을 잊고 우쭐하는 마음에 그 자리에 안주해버렸던 나,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며 몇 번 시도해보다 생각 같지 않은 반응에 그저 포기해버린 나. ‘노력이 기회를 만들고 기회가 길을 만들어 지금의 내가 있게 되었다.’ 그래, 나도 그랬던 때가 있었는데 그걸 잊고 살았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이라는 ‘다른 사람이 다 안 되는 일이라고 해도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법칙을 머릿속에 잘 새겨 넣어야겠다. ‘새로움 속에 길이 있다.’ 명인이 걸어가는 길을 본받아 꿈을 향해 다시 한 번 질주를 시작해 보련다. 며칠 전 설 명절에 맛있게 먹은 약과처럼 달콤한 미래를 꿈꾸며.

관련도서

한국의 전통과자
달콤한 한과 이야기
대한민국 한과명장 1호 김규흔의 달콤한 과자 이야기